[사교육비 경감대책]‘官製 사교육’ 시장 눈높이 만족시킬까

  • 입력 2004년 2월 17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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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교육부총리(오른쪽)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 룸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이훈구기자
안병영 교육부총리(오른쪽)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 룸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이훈구기자
교육인적자원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학교 교육도 사교육처럼 경쟁력을 확보해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공교육의 틀 안에서 사교육 수요를 해소하고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의 학교 교육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데 이번 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대책에 비해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지만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e학습(e-learning)’ 체제 구축=EBS의 한 채널을 수능 전문 채널로 특화하고 인터넷 사이트로 수준별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e학습체제를 구축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과외 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이 e학습체제 구축에 참여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게 된다.

EBS는 위성채널인 ‘플러스1’을 24시간 수능 강의를 제공하는 전문 채널로 전환할 계획. 방송 강의는 중위권 학생 수준에 맞춰진다. 상위권 및 하위권 학생 수준의 강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에듀넷, 시도교육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국에 무료로 제공된다.

고석만 EBS 사장은 “우수한 현직 교사나 대학교수를 강사로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BS는 지난해 1200편이었던 수능 프로그램을 올해 3500편으로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EBS 시청 학생이 2002년 현재 고교 2, 3학년생의 56%인 66만명에서 올해는 80%인 94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 학습 이용자는 올해 초중고교생의 5%인 27만명에서 2007년 40%인 22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부는 ‘사이버 학급’ ‘사이버 가정교사’ 등 다양한 콘텐츠로 e학습 참여자들의 교육 효과를 높인다는 방안이다.

▽수준별 수업 확대=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한 반에서 같은 강의를 듣는 평준화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준별 이동수업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2007년까지 중학교 1년∼고교 1년생의 수학 영어 과목 수준별 이동수업을 전체 수업의 50% 선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어 사회 과학 과목의 경우 보조 교사를 통해 같은 반에서 수준별 학습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 2007년까지 수준별 교과 성취 기준을 판별하는 도구와 교재가 개발된다.

▽수요자 선택권 강화=고교 배정시 학생이 희망 학교를 지원하고 무작위로 추첨하는 ‘선지원 후추첨제’가 확대된다. 지원에서 탈락한 학생은 집에서 가까운 고교에 추첨 배정된다.

많은 곳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지역별로 선지원자 배정 비율과 방식이 다르다. 서울 지역(공동 학군 제외)은 학생의 지원을 허용하지 않고 추첨해 고교를 배정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학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교육을 받아 온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나 정부가 제공하는 ‘관제 사교육’에 만족할지가 관건이다.

수능시험을 EBS 수능방송에서 일정 부분 출제할 경우 시청률은 올라가겠지만 보다 효율적인 1 대 1 학습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열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교사 평가에 학부모를 참여시켜 교사들의 반발을 부른 점도 이번 대책이 교사의 자발적인 참여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내신 위주의 대입제도 정착을 위해 8월 말까지 학생부 자료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해결하는 방안도 쉽지 않고 또 학교별 학력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에게 학생부 위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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