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죄” 울어버린 권노갑-“중형 참담” 잠못자는 박지원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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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을 서울구치소로 보내 수감 중인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는 위로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은 김 비서관을 만난 자리에서 “97년 대선 승리 직후엔 한보 사건으로 구속돼 있어서 신년 인사를 못 드렸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신세가 됐다. 이것이 내 운명인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권 전 고문은 이어 “내가 대통령에게 40년 이상 정치를 배웠는데, 몇백억원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게 상상할 수 있는 얘기냐”며 “나는 무죄이기 때문에 대통령님께 떳떳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실장은 1심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 내용이 그대로 인정돼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는 것.

박 전 실장은 판결 직후부터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불면증과 장(腸) 협착 증세에 따른 잦은 설사 때문에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김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께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박 전 실장의 건강이 어떤지 직접 가서 보고 와라’고 내게 지시해 구치소를 찾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비서관을 통해 두 측근에게 “억울하고 오해 받은 부분이 있으면 결국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고, 두 사람은 “원통한 심정이지만, 어쨌든 이런 처지가 돼 대통령님께 심적 부담을 드리게 된 것이 너무 송구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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