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사패산공사 종정의 뜻에 따를것”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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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기 고양시 내곡동∼남양주시 퇴계원 구간(36.3km)에 위치한 사패산터널(4.6km)의 공사를 막아온 망루 농성장이 22일 철거됐다.

이 농성장은 공사에 반대해 온 보성(寶城·사진) 스님이 2002년 2월 설치한 것으로 망루 철거에 따라 2년여간 중단됐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가 곧 재개될 전망이다.

철거작업은 이날 오후 4시20분경 굴착기 2대와 덤프트럭 2대, 인력 10여명이 동원된 가운데 시작됐으며 1시간여 만인 오후 5시20분경 해체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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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부터 환경운동가 등과 함께 농성하다 지난해 8월 이후 혼자 농성현장을 지켜온 보성 스님은 이날 “조계종 종정께서 정부안을 수용한다면 나 역시 그 뜻을 따를 것”이라며 반대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현장을 지키면서 인근 주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그들의 지적에 공감했다”며 “아무런 대안도 없는 맹목적인 환경운동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성 스님은 “환경운동가들이 제시한 대안노선 2곳을 직접 둘러보았지만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터널을 뚫는 데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환경운동가들이 깨끗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충격을 받았다”며 “내가 현장을 비우면 다시 그들이 차지하고 맹목적인 반대에 나설 것 같아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성 스님은 “불교계가 환경운동 경험이 부족해 지식기반이 약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환경운동을 할 수 있는 교육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망루가 철거된 현장에는 환경단체의 기습시위에 대비해 경찰 2개 중대가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 중 사패산터널은 현재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았으며 수락터널(2.95km)과 불암터널(1.66km)은 공사가 각각 34%, 92%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됐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공사재개에 대한 정부 방침이 확정되는 즉시 사업자에게 사업재개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그러나 공사가 즉시 재개된다 해도 2년여에 걸친 공사 차질로 준공일은 최소한 1년6개월 이상 늦춰진 2008년 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공사비도 3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업지연 등으로 발생한 교통체증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포함할 경우 손실액은 5400억원(11월 말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양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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