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방위산업체 압수수색…'군납비리' 前장성에 뇌물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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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납 비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구속된 국방품질관리소(DQAA) 이모 전 소장(57·예비역 소장·구속)에게 납품 편의를 봐달라며 수천만원을 준 혐의로 방위산업체 Y사 대표 김모씨(63)를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9일 오후 Y사와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압수된 회계장부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전차 등 군 장비용 통신부품 납품에 편의를 봐달라며 이 전 소장에게 3400만원을 건넨 혐의다.

Y사는 1980년 설립됐으며 방위산업용 케이블 등을 생산해 군납 200억원을 포함, 연간 매출이 400여억원인 중견 방위산업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수사대상은 Y사를 포함해 △저고도 대공 화기인 오리콘포 사격통제장치 성능개량 사업체 H사 △아파치헬기 국내 에이전트 A사 등 모두 3개 업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 전 소장의 검찰 송치일이 15일로 다가옴에 따라 이번주 중에는 이 전 소장을 상대로 차명계좌에 입금된 27억여원의 출처를 추궁하고, 드러난 비리 혐의를 마무리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군납업체들을 집중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무기 스캔들이냐" "개인 비리냐"▼

지난주 말부터 가속도가 붙은 경찰의 군납 비리 수사가 중요한 분기점에 다다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1998년 이후 추진된 군 무기사업 전반으로 확대되느냐, 아니면 개인비리 수준으로 마무리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국방품질관리소 이모 전 소장이 무기구매 실무책임자인 국방부 획득정책관으로 근무하던 1998년 4월부터 2001년 5월까지 추진된 군 무기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 전 소장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업(신규사업 기준)은 50개 안팎, 사업비는 12조∼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이 전 소장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27억여원이 이들 사업에 연관된 군납업체들로부터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자금추적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3개 업체 이외에 다른 군납업체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이들 업체가 또 다른 관계자에게 돈을 건넸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소장이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호남 군맥의 핵심인물인 만큼 상납 등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경우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건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의 수사단서는 이 전 소장의 차명계좌. 그러나 대부분의 자금이 현금으로 입출금된 데다 다른 입증자료는 찾아내지 못해 자금추적 등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까지는 이 전 소장이 차명계좌의 돈을 부동산구입비 등 개인용도로 착복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상납 여부를 캐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수사가 내년 초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며 장기화를 시사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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