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장을 우리 마을에…" 市도 놀란 ‘아름다운 경쟁’

입력 2003-12-09 18:31수정 2009-09-2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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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종합처리장을 우리 마을에 세워 주세요.’ 충북 제천시가 올 1월 공고한 자원관리센터(생활쓰레기 종합처리장) 유치 신청에 봉양읍 공전1리, 신동 동막골 등 6개 마을에서 쓰레기처리장을 세워 달라며 경쟁을 벌여 화제다.》

제천시는 당초 인구 14만명, 4만1000여 가구에서 나오는 하루 50t가량의 생활쓰레기를 소각 매립할 자원관리센터 유치 신청 공고문을 내걸면서 단 한 마을이라도 신청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주민발전기금 30억원 지원과 숙원사업 우선 해결 등 ‘달콤한 조건’을 내걸었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님비(NIMBY)’ 현상으로 혐오시설 건립지를 정하지 못해 속을 태우는 것을 여러 차례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유치 신청이 몰려들었다. 그 배경은 시의 투명행정과 성실한 설명에 있었다. 제천시의 쓰레기 종합처리장 유치 신청과 설립과정은 다른 지자체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주민의식 변화=유치를 신청한 6개 지역 주민들이 처음부터 유치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 평생 살아온 고향이 쓰레기더미로 바뀐다는 생각에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각은 입지선정위원회의 꾸준한 설명회와 선진 시설 견학을 통해 바뀌어 갔다. 제천시는 우선 쓰레기처리장의 이름을 자원관리센터로 바꿨다. 시는 주민들의 의식 전환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기본계획을 짜고 이에 따라 움직였다.

주민 대표, 환경단체 관계자, 대학교수 등 11명으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각 마을을 돌며 설명회를 열었다. 또 211명의 읍면동 직능단체장을 초청해 경기 구리시와 충북 단양군 등 모범적인 쓰레기처리장을 견학하며 견문을 넓혔다. 유치 신청을 한 마을 주민 400여명도 이들 시설을 둘러봤다.

신동 주민대표 권득상(權得相)씨는 “쓰레기처리장 유치를 위해 처음 회의를 열었을 때는 주민들이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처리장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고 선진화된 시설과 관리기법을 도입할 경우 지역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이 변했다”고 말했다.

▽제천시의 치밀한 계획=제천시는 행정당국이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선정하고 통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식은 주민들에게 분란만 일으켜 결국 사업을 지연시킨다는 것을 여러 지역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일본 등지를 돌아다니며 쓰레기처리장 운영방식과 설립 과정을 조사했다.

그리고 중립적인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주민대표를 참여시키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주민들은 어떤 과정으로 설립지를 선정하는지를 알게 됐다.

권기천(權奇天) 제천시 청소시설 담당자는 “용지 선정의 객관성을 위해 주민대표와 전문가가 골고루 구성된 위원회를 꾸렸다”면서 “위원회가 전문 연구기관과 타당성 조사를 하고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신청지에 대한 7개월간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10월 24일 신동 동막골을 최종 선정했다. 새 처리장은 2005년에 착공돼 2007년 완공될 예정이다.

제천환경운동연합 박광태(朴光泰) 정책실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한 추진과정을 보여준 지자체의 노력에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제천시 세명대 박길용(朴吉墉·환경행정) 교수는 “핵 폐기장을 둘러싼 부안 사태도 제천시처럼 투명한 과정을 거쳤다면 달라졌을 것”이라며 “‘님비’를 극복하고 ‘핌피(PIMFY)’를 실현한 과정을 다른 지자체들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치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금성면 대장리 주민 최병기씨(65)는 “쓰레기장 유치가 도로 개설로 인한 지역발전 등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마을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유치를 신청했는데 선정이 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유치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5개 마을에 위로 차원에서 4000만원씩의 발전기금을 지원키로 했다.


제천=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님비: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의 약어. 쓰레기처리장 등 혐오 시설물을 내 고장에 설치하지 말라는 주민들의 이기적인 반대 운동.

●핌피: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의 약어. 님비의 반대말로 선호 시설을 자기 고장에 설치하려는 주민들의 유치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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