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사 없는 혼인신고는 무효"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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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의사 없이 위자료를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면 이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홍중표·洪仲杓 부장판사)는 21일 A씨(43)가 "아내가 일방적으로 한 혼인신고는 무효"라며 부인 B씨(28)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하고 B씨가 "결혼파탄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며 낸 위자료 소송은 기각했다.

B씨 어머니는 2001년 9월 중매를 통해 아이 둘이 있는 이혼남 A씨를 딸에게 소개시켰다. B씨는 나이가 많다며 꺼렸으나 어머니는 A씨가 재력가라고 생각, 만남을 종용했고 두 사람은 2001년 11월 결혼했다.

그러나 신혼여행지에서 B씨가 A씨에게 "가족들의 생계를 보장하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다툼이 벌어졌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B씨 어머니가 수시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 생계보장을 위해 현재 운영 중인 꽃매장 운영권을 넘기라"고 요청했다.

A씨는 B씨가 돈 때문에 결혼했다고 생각, "한달간 살아보고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의했고 갈등을 풀지 못한 B씨는 집을 나와 어머니와 여동생을 증인으로 구청에 혼인신고를 했다. A씨에 이에 혼인무효 소송을 낸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혼인이 유효하려면 당사자끼리 결혼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합의는 혼인신고 당시에도 존재해야 한다"며 "B씨는 혼인할 마음이 없는데도 보상을 받을 생각으로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으므로 이 혼인은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씨가 A씨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것에 대해 "결혼파탄 책임은 가족 생계보장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이를 거부하는 A씨와 다투다 일방적으로 집을 나온 B씨에게 있다"며 기각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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