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

  • 입력 2003년 11월 6일 17시 57분


코멘트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가슴을 졸이며 시험을 치른 64만여 수험생의 노고와 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느라 애쓴 학부모 교사의 수고를 위로한다. 어느 수험생 가족은 수능을 보고 온 아들과 그의 부모가 서로 맞절을 하며 그동안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를 표시했고,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위로했다는 아름다운 얘기도 들린다.

안타까운 것은 서울과 남원에서 수능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고 생각한 여고생 2명이 꽃다운 삶을 포기한 사실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2년에 걸쳐 수능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에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너무 가혹한 현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살은 자기 존재에 대한 부인이자 돌이킬 수 없는 불효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수험생과 그 가족에게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능은 대학 진학에 이르는 과정일 뿐 결코 인생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력한 만큼 반드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수능 성적표가 곧 인생 성적표일 수도 없다. 몇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대학에 들어가 성공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고, 중고교만 졸업해서도 자기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평범한 두 시골 젊은이가 남다른 노력과 자기 계발로 연거푸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제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수능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객관적인 자기 평가로 새로운 인생과 미래를 설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능이라는 단기 경주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삶이 그 최종 목표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정과 학교는 민감한 시기에 수험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따뜻한 대화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탈 없는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에게 더 관심을 쏟는 것이 참된 가정이자 학교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