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 산책/신평]신라토기의 신비감

  • 입력 2003년 10월 17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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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와 신라를 상징하는 것의 하나로 신라토기를 들 수 있다.

경주에서는 신라토기를 아직도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그만큼 흔한 셈이다.

신라토기는 그 생김새가 가야토기나 다른 토기와 비교하면 아주 날렵한 데 경상도 사투리로 ‘헤깝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헤깝하다를 표준어로 하면 ‘가볍다’는 말에 가까운데 이 뜻 외에 손으로 들었을 때 손에 착 붙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삼국 시대를 거쳐 통일 신라시대 때 원형이 완성된 것으로 알려진 신라토기는 흙을 얇게 써서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잘 구워져 손톱으로 툭툭치면 금속성의 맑은 소리가 날 정도로 강도가 뛰어나다.

소박한 형태의 신라토기는 그 나름으로 상당한 세련된 미의식을 보여준다. 이를 빚은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에밀레종 비천상에 나타나는 순수하고도 종교적인 치열한 열정도 묻어 있다.

소박함과 함께 균형감각, 세련된 미의식이 깃들어 있는 신라토기에서 ‘장인의 혼’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신라토기는 고려청자와 더불어 인류가 그 오랜 문명의 과정에서 만들어낸 모든 물질을 통틀어 원적외선을 가장 많이 방출한다고 한다. 원적외선이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뛰어난 효능은 잘 알려져 있다.

완성된 형태의 신라토기의 바깥이나 안에 ‘녹색을 띤 재’가 마치 도자기의 유약처럼 눌러 붙어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가마안을 달군 불의 작용일까? 회색을 띠어야 할 재가 녹색으로 변해 붙어있는 것을 보면 어떤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아쉽게도 오늘날 신라토기와 똑같은 토기를 구워낼 수 있는 가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 시간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 신라토기 제작비법을 다시 꺼내올 수는 없을까.

신평(대구가톨릭대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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