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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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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의원내각제라면 헌법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해 재신임을 물으면 된다. 그러나 헌법상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는 정치적 대타협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식 재신임’ 방법이 거론된다. 드골 전 대통령은 1969년 대국민 인기가 하락하자 지방분권제도와 상원 개혁에 대한 국민투표를 부치고, 그 결과를 재신임 문제와 연계했다. 프랑스 국민은 드골 전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이 정책안을 부결시켰고 드골 전 대통령은 결국 사임했다.
노 대통령도 이처럼 주요 정책사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재신임 문제와 연계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허영(許營) 명지대 초빙교수는 “예를 들어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 재신임을 연계시킨다면, ‘노 대통령은 지지하지 않지만, 파병은 찬성하는 세력’의 도움으로 재신임을 인정받는 모순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드골식 재신임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총무도 “드골식 신임투표는 노 대통령의 이번 재신임과는 다르다. 이번 재신임은 대통령 신임 여부 그 자체를 물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중간평가와 같은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원택(康元澤) 숭실대 교수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결정이 정치자금 문제 때문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정치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그것을 재신임에 연계하는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 경우에는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통해 입법화를 추진하겠다는 발상이어서 정치권의 동의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지난해 대선후보 단일화 때 활용했던 여론조사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재신임은 어차피 정치적 결단의 산물이다. 따라서 국민 여론조사에서 재신임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이 하야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헌법에 대통령 재신임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궐위시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에 입당해 ‘통합신당에 대한 내년 총선 민의’와 재신임을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취지와도 반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재신임 방법을 선택하든 국민투표 등을 실시하기 전에 그 기준을 명확히 해야 또 다른 국정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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