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전국으로 떴다…투기지역 지정안된 지방 원정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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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경 울산 중구 약사동 ‘푸르지오’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490만(33평형)∼565만원(46평형)으로 기존 아파트의 두 배가량이지만 분양신청자들이 줄을 이었다.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업자 50여명이 파라솔 30여개를 설치해 놓고 분양신청자들에게 “웃돈(프리미엄)을 줄 테니 분양권을 팔아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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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분양권을 팔려고 하는데…”라며 말을 건네자 업자 10여명이 몰려들어 서로 자기에게 팔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처음에 웃돈 500만원을 제시했으나 순식간에 경매식으로 50만∼100만원이 더 올라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업자는 “이들은 대개 서울이나 충청도 등에서 온 외지인으로 전국을 무대로 ‘투어’에 나선 원정 떴다방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업자는 “울산에서 빨리 (한탕) 하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부산 남구에서 한 번 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대구 울산 전주 등 전국 대도시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원정 떴다방 업자들이 활개 치고 있다.

이들은 지방 대도시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기 전에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 가격을 올려 놓고 차익을 챙겨 사라지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분양해 평균 51.2 대 1(최고경쟁률 33평형 124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대구 수성구 ‘롯데화성 캐슬 골드파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2억1000만∼2억2000만원에 분양된 32평형은 3000만∼5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청약자 가운데 20%가량이 떴다방 업자의 ‘조종’에 의해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주소를 옮겨 분양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2일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기 하루 전인 1일 수성구청에는 평소 하루에 1∼3건에 불과하던 분양권 전매를 위한 검인신청이 300여건이나 쏟아져 들어왔다.

원정 떴다방 업자들의 이 같은 지방투어에 대해 정부는 땜질식 정책으로 ‘뒷북 행정’만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대 행정학과 임재만(林栽萬·부동산 전공) 교수는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를 선별적으로 지정해 ‘투기의 전국화’를 부채질했다”면서 “부동산 전매 금지와 실거래가를 기초로 한 과세정책을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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