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씨 비호세력’ 감찰 한다면서 대선자금지원說 왜 조사안했나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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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구속)를 수사한 김도훈(金度勳·구속) 전 검사의 수사일지가 공개되면서 검찰 내 이씨 비호세력 의혹 등에 대한 대검의 감찰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검사의 수사일지에는 민주당 대선자금 지원 첩보 입수 및 이씨 구속과 관련한 청주지검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 등이 적혀있다.

검찰 내 이씨 비호 세력을 감찰했던 대검 특별감찰팀은 28일 감찰 과정에서 김 전 검사의 수사일지를 입수해 감찰을 벌였지만 비호 의혹을 규명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씨의 민주당 대선자금 지원설은 근거가 부족해 감찰 조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특별감찰팀의 해명이다. ‘대선자금 3억원 지원설’은 이씨의 갈취교사 혐의와 관련된 김모씨(35)의 말을 근거로 기록돼 신빙성이 떨어지고 김 전 검사가 조사한 기록도 없어 감찰을 벌일 수 없었다는 것.

특감팀은 또 “문제의 수사일지는 6월과 8월 사이에 작성돼 몰래카메라를 찍은 시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작성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수사일지에 신빙성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검사의 수사일지에는 이씨 구속과 관련한 청주지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특감팀이 관련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김 전 검사의 8월 12일자 수사 일지에 ‘작년 이씨가 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 김모씨를 통해 민주당 실력자에게 대선자금 3억원 전달. (충북도지부 간부 김씨의) 기사가 (제보자 김씨의) 친구임’이라고 적혀있는데도 특감팀은 김씨나 운전사를 불러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특감팀이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검찰 내 이씨 비호세력 의혹’과 관련해 김 전 검사의 수사일지 입수 및 이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 때문에 김 전 검사의 변호인과 검찰 주변에서는 특감팀이 이번 파문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이씨 비호의혹을 받고 있는 모 부장검사에 대해 서둘러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편 특감팀과 김 전 검사가 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면서 이날 검찰 내부는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진실은 수사기관에서 밝혀져야 한다”며 청주지검의 철저한 수사에 기대를 걸었다.

이런 가운데 대검이 부실 감찰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 ‘이용호(李容湖)게이트’ 수사 당시 구성된 특별감찰본부와 같은 기구를 다시 만들어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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