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고 싶을땐 유서를 쓰세요"

  • 입력 2003년 8월 4일 16시 56분


"살기 싫다고요? 자살은 사흘 뒤에 다시 생각해 보시고 먼저 유언장부터 쓰세요."

최근 생활고 등을 비관한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유언장을 작성해서 보관해 두는 인터넷 서비스 유언장닷컴(www.youunjang.com)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사이트는 중소기업인 이성희씨(41)가 1월 개설한 것. 무료회원으로 가입하고 자신의 영정사진을 올린 뒤 안내에 따라 △작성일시 △열람 가능자 △걸어온 길 △가족관계 △재산현황 △재산분배 계획 △채무 채권 정리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 등을 기록한다. 그러면 유언장 내용은 자동 저장되고 열람 가능자로 지정된 사람만 열어볼 수 있다.

그러나 유언장닷컴은 실제로 자살하려는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살기 싫을 때, 유언장 형식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

운영자 이씨에 따르면 최근 자살사건 증가와 함께 사이트 이용자도 평소의 4, 5배 수준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한 남성이 e메일을 보내와 "자살 시도 전 유언을 남기기 위해 사이트를 찾았는데, 유언장을 정리하다 보니 이대로 끝내기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살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이트 이름은 유언장이지만 작성해야 하는 항목 하나하나는 포부를 밝히는 입사 지원서와 유사하다. 이씨는 "유언장 작성이 죽을 용기를 살 용기로 바꿔주는 데 한 몫 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1000여명이 이 사이트에서 유언장을 작성했으며 이들 중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없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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