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의 일그러진 꿈]“이렇게 하면 함께 망한다”

  • 입력 2003년 8월 4일 14시 49분


대구의 G공사는 한 때 코스닥시장 등록을 꿈꾸던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었다. 컴퓨터 모니터, 에어컨 부품, 자동차 도어록 등 제품 생산에 대한 기술력도 널리 인정받았다.

그러던 회사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2000년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 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제2공장을 건설하려는 사측의 계획에 노조가 "조합을 와해시키려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던 도중 뜻밖의 문제가 터졌다.

사장의 친척인 모 간부의 양복 앞주머니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된 것. 노조는 급기야 노조 사무실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도 발견했다. 이 카메라는 곧바로 사장의 컴퓨터에 연결돼 버튼만 누르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결국 G공사는 '노조의 전면파업→사장 잠적→부도→폐업'의 수순을 밟았다.

연간 1억원 이상 흑자를 내던 강원지역의 D택시업체. 1996년 설립된 노조는 사측과 합리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노조는 상급단체를 바꾼 뒤 '위'로부터 내려온 완전월급제 등 투쟁지침을 관철하기 위해 강성으로 변했다. 사측은 직장폐쇄 등으로 맞섰고 7월26일 회사는 폐업하고 말았다. 노조는 이 회사를 인수한 업체에게 고용승계를 종용했지만 실제로 일자리를 뺏기지 않은 노조원은 거의 없었다.

노동부는 이처럼 극단적인 갈등으로 노사가 공멸(共滅)의 길을 걷게 된 8개 회사들의 사례를 소개한 '노사협력 실패사례 조사보고서'를 4일 펴냈다.

노동부는 이를 기초로 별도의 책자를 만들어 일선 산업현장에 배포해 노사관계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각 사례마다 폐업에 이른 구체적인 길은 다르지만 전 근대적 노무관리를 일삼는 사용자와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노조가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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