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북 '술잔 안돌리기' 홍보비 1억 투입추진 논란

  • 입력 2003년 7월 15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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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가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술잔 안 돌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키로 하자 도청 내부에서도 취지는 좋으나 우리 정서와 현실에 맞지 않아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전시성 캠페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는 일부 자치단체가 ‘금주하는 날’을 지정하고 가두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으나 효과가 거의 없어 술잔을 돌리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주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이 운동을 범도민 차원에서 전개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도는 이 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우선 올해 예산 1억원을 투입, 초중고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표어 및 포스터 공모에 들어갔으며 CF를 제작해 지상파 방송을 통해 광고를 내보낼 방침이다. 또 여성단체와 보건의료단체 등과 연계해 ‘술잔 안 돌리기’ 선포식을 유도하는 한편 보건기관과 각급 학교 등을 통해 보건교육을 강화키로 했다.

이에 대해 도청 내 일부 공무원들은 “술잔 안 돌리기는 서양의 음주문화로 우리 정서에 맞지 않다”며 “사회생활을 하고 대인관계를 지속하는 한 술잔을 돌리지 않거나 주는 술잔을 거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공무원은 “이 운동이 그나마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직이나 단체의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술잔 안 돌리기’ 운동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고위 간부들이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공무원은 “이 운동은 이의근(李義根)지사가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라’고 끊임없이 독려하는 바람에 채택된 비현실적 아이디어”라며 “불필요한 과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범절주운동협의회 대구경북지부장인 대구한의대 이송권(李松權·보건학부)교수는 “‘술잔 안 돌리기’ 운동은 국민의 인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아닌 범국가적 차원에서 수십 년간에 걸쳐 추진해야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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