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교조 수업자료 反美감정 유발”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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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반전수업 공동수업자료 중 일부 내용은 반미감정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전교조에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공동수업을 자제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기로 했다.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는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미성향 수업 검토보고’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교육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부총리는 22일 노 대통령이 반미교육 실태를 조사하도록 지시한 이후 시도교육청별로 사례를 수집한 결과 문제 수업 30건, 민원 10건, 언론보도 16건을 수집해 그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부총리는 “수업이 교과별, 교사별로 다양하게 이뤄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고 반미성향 여부도 조사기준, 시기, 방법 등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등 한계가 있어 ‘반미교육’으로 규정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전교조의 반전 공동수업자료집의 일부 내용이 폭력성, 혐오감, 잔학상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키는 등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나 반미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라크전쟁 퀴즈’와 미군에 의해 살해된 한국여성 윤금이씨의 잔혹한 사진을 학생에게 보여준 경기 모 중학교 수업 사례 등을 문제 수업으로 들었다.

또 전남 모 고교에서는 수행평가 수업에서 이라크전쟁과 관련된 신문, 광고 등의 자료를 찾아 소감문을 쓰도록 하고 평가했으며 학생 중 일부는 주한 미국대사관에 항의 편지를 보내 미 대사관측이 교육부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 모 고교에서는 반미 소지가 있는 ‘이라크전쟁 50문 50답’ 퀴즈와 함께 미국 커닝햄 13세 소녀의 반전 연설문을 읽도록 했다는 것.

교육부는 문제가 된 30건의 수업사례에 대해 시도교육감과 협의해 조치하고 앞으로 사회 현안을 소재로 한 계기교육을 할 때는 학년, 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교수 학습과정안을 만들어 학교장 승인을 얻은 뒤 엄격히 실시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교육과정 운영 관련 규정’을 제정해 계기교육 지침을 보완하고 전교조에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공동수업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도록 했다.

한편 윤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반전 평화교육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일부 퀴즈 내용에서 미국의 과격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는데 어른끼리 얘기할 만한 내용이지 학생들에게 가르치기엔 부적절하다”며 “엄격히 말해 (전교조가) 월권하고 있으며 현안 문제를 갖고 정치공세를 하면 학부모들이 등을 돌릴 것이므로 자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盧대통령 '8일간의 발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전교조의 반미성향 수업 논란과 관련해 “(전교조의 반미교육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점도 있지만 지금의 교육 정도는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좋겠다”면서 “교사의 자율을 폭넓게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로부터 ‘전교조의 반미성향 수업 검토’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밝힌 뒤 “그러나 중등교육에서는 국가가 가치관을 교육할 권리가 있는 만큼 전교조가 국가를 대신해 그것을 지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송경희(宋敬熙)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가 사이의 평화 우호 동맹도 소중한 가치이므로 이것을 일방적으로 훼손하려 하거나 집단적으로 획일화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전교조가 (학생들에게) 반전사상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반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사실 여부를 파악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에 지시했다.

이런 지시에 대해 전교조가 반발하자 노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는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반미로 가서는 곤란하니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해 보라고 한 것인데 마치 반미교육으로 단정한 것처럼 비쳤다”며 “이 문제를 과장하거나 과잉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윤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교조의 반전평화 교육은 괜찮은 것 같지만 퀴즈를 통한 일부 학습을 보면 미국의 과격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었다. 수업내용은 학교장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 엄격히 말하면 전교조가 월권한 것이다”며 전교조가 자숙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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