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예술단 '애증의 코리아'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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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문학동의 한국민족예술총연합 인천지회 예술단 연습실에서 ‘한울소리’ 팀원들과 공연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민속예술단원들. -박희제기자
인천 남구 문학동의 한국민족예술총연합 인천지회 예술단 연습실에서 ‘한울소리’ 팀원들과 공연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민속예술단원들. -박희제기자
“세계 어디에든 나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인권센터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접해 이제 어느 정도 아픈 마음을 털어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경기도에 근거지를 둔 한 사업주의 초청으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온갖 고생만 해온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민속예술단원 10명이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남자 6명, 여자 4명으로 대부분 20대인 단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가엽게 여긴 인천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의 도움으로 4개월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으며 다음달 초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요즘 한국에서의 ‘나쁜 기억’을 떨쳐버리고 또 귀국에 필요한 항공표를 사기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한국민속예술인총연합과 민주개혁을 위한 인천시민연대, 노동자인권단체 등의 후원으로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5일 오후 7시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집으로…’라는 공연을 펼칠 예정. 아프리카의 토속춤을 선보이고 한국의 한 예술단과 함께 타악 합동 퍼포먼스 등도 펼친다.

코트디부아르 국립전통예술학교의 정식 단원인 이들은 한국을 찾을 때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프리카의 전통 춤을 한국인들에게 직접 선보이고 돈도 많이 벌어 본국의 가족에 송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같은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는 것.

민속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노엘 구엥(42)은 “월 200달러를 받고 하루 1, 2차례 공연하는 조건으로 한국인 사업주에게 고용됐지만 계약과 달리 잡역부처럼 마구 일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기거하다 지난해 10월 노동자인권센터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는 것.

이들은 “한국인 예술가들과 공연을 함께 하면서 모든 아픔을 털어 내고 한다”며 “좋지 못한 한국인도 만났지만 우리를 친자식이나 친형제처럼 대하는 한국인들도 많이 만나 위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업주측은 “예술단원들이 수시로 국제전화를 걸어 급료에서 이를 공제하자 거꾸로 임금 인상을 요구했으며 또 공연단 규율을 어긴 채 나태한 근무자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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