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우리반은 모두 일기쓰기 대장”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9시 32분


‘우리 반에는 전국 최고의 일기 쓰기 대장들만 모였습니다.’

부산 남구 대연동 연포초등학교 4학년 4반 원정연양(10) 등 이 학급 학생 33명이 전원 전국 일기 경진대회 개인부분에 입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 교육청 등의 주최로 열린 전국 일기 경진대회에는 전국의 7000여개 초중고교에서 161만명의 학생이 응모해 초등학생 2000여명을 포함해 5000여명이 입상했다.

이 학급이 전원 입상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운 데는 담임 박성수(朴星洙·49·여) 교사의 ‘사랑의 일기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

박 교사는 올 3월 학기초 부모에게 효도하는 날로 정한 토,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5일간 일기를 쓰도록 했고, 일기쓰는 습관이 돼 있지 않던 학생들은 처음에 힘들어했다. 그러나 박 교사가 매일 모든 학생들의 일기를 읽어보고 끝부분에 답장 형식으로 따뜻한 내용이 담긴 ‘사랑의 편지’를 써주자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일례로 “부모님이 이혼한 뒤 미국으로 떠난 아빠가 너무 보고싶고 가슴이 아프다”고 쓴 한 학생의 일기장에 박교사는 “선생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항상 옆에서 웃고 계신 것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단다. 아빠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선생님을 찾아오렴”이라고 답장을 했다. 그 후 그 학생은 어두웠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학생들은 그 날의 일을 선생님과 대화하듯 풀어나가면서 표현력과 문장력이 점차 향상됐으며 방학 중에도 박 교사와 e메일을 통해 일기와 ‘사랑의 지도’를 주고받았다.

박 교사는 24일 “일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의 마음속 고민까지 알아내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날이 갈수록 학생들은 선생님이 오늘은 어떤 답장을 써 줄까 기대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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