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입시전망 오락가락…불안감 커요"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08분


“재수생의 성적이 크게 올랐다니 재학생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정 안 되면 내년에 재수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서울 K고 3년 이모군)

10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대강당. 입시기관인 대성학원과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경희대 한양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서울시내 7개 대학이 공동 개최한 대입 연합설명회에는 수험생과 학부모 6000여명이 몰리는 등 초만원을 이뤘다.

이들은 이날 설명회 2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화여대 정문 앞은 오후 내내 차량과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3500여명을 수용하는 대강당은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가득 차는 바람에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통로와 계단에 걸터앉아 설명을 들었다.

주최측이 준비한 입시 설명자료 5000여부는 금세 동이 났고 입장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자료라도 받기 위해 100m 이상 줄을 서기도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대폭 하락해 큰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재학생과 수험생 및 학부모들은 ‘재수생 초강세’ 전망에 대해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3 아들과 함께 온 학부모 박모씨(52·서울 양천구 목동)는 “재수생들의 성적이 대체로 10점 이상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밤잠이 안 온다”며 “정시모집에서 복수지원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안 되면 재수를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해광고 3학년 박상진군(18)은 “모의고사보다 30∼40점가량 내려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재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들쭉날쭉한 수능시험의 난이도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경북 포항시 출신의 삼수생 김모씨(20)는 “2001학년도 수능은 너무 쉽고 지난해 수능은 너무 어렵게 출제되는 등 난이도가 오락가락해 헷갈린다”며 “쉽든지 어렵든지 난이도 수준이 일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입시정보에 목마른 학생과 학부모의 심정을 반영한 듯 이날 행사에는 고1, 고2 등 예비 수험생들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서울 한서고 1학년 권준영군(16)은 “앞으로 진학할 대학의 입시 방법과 장단점을 미리 알고 싶어 어머니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입시전문가와 대학 관계자들을 붙잡고 “몇 점이면 합격할 수 있느냐”고 질문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대학 입시 관계자들은 해마다 신입생의 학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해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경희대 이기태(李基太) 입학관리처장은 “대학 수업을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의 학력을 가진 신입생들이 입학한다면 큰 일”이라며 “대학에서도 능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전형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 평가관리실장은 “재수생들이 상대적으로 성적이 높다고 해서 재학생들이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올해는 영역별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난 만큼 자신의 성적을 잘 분석한 뒤 이에 맞춰 지원하면 된다”고 조언했다.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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