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초등교 정수기' 논란의 해법

  • 입력 2002년 9월 5일 20시 06분


6·13지방선거 후 시장(市長) 등 새 집행부를 맞은 대전시 공무원들은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염홍철(廉弘喆) 시장의 선거공약이었던 ‘초등학교 정수기 설치’문제 때문이다.

이 공약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이 자신이 마실 물까지 가방에 넣고 등교하는 부담을 해소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가방을 가볍게 해준다는 공약은 학부모들에게 환영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염 시장은 당선후 논리 모순에 봉착했다. 그동안 시가 ‘수돗물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라고 홍보해왔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시는 대전시 수돗물을 PET병에 담아 공급하는 문제까지 검토할 정도로 수돗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결국 염 시장이 공약을 실천할 경우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시에서 조장하는 꼴이 된다.이에 대해 관련 공무원들은 공약을 포기해 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반면 시 교육청은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일 염 시장과 홍성표(洪盛杓) 대전시교육감이 공동대표로 발족된 ‘교육정책협의회’ 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간단하다는게 기자의 판단이다. 자존심과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이 바로 해법이다.

먼저 대전시는 시민 가운데 몇 퍼센트가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지 밝혀야 한다. 시 교육청도 수돗물을 물통에 담아오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인데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자존심이나 시정의 방침을 무조건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필요없다. 현실을 토대로 한 용기있는 결단이 올바른 해법이 아닐까.

<대전에서>

이기진 지방취재팀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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