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추적 성과없어 비자금수사 ‘제자리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24분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구속 수감 이후 계속돼온 홍업씨 비자금 및 이른바 ‘검찰 게이트’ 수사가 고비를 맞고 있다.

검찰은 7월10일 홍업씨를 기소할 때까지 홍업씨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가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해 3건의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홍업씨와 측근들의 계좌 추적 당시 불거진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이 가운데 검찰게이트는 수사 대상이 비교적 명확하고 규명해야 할 의혹의 범위도 넓지 않은 편이지만 당시 수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해야 하는 등 검찰 내부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수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검찰이 서울지검 외사부와 수원지검 및 울산지검 특수부의 당시 수사 자료를 토대로 홍업씨의 측근인 이거성(李巨聖) P프로모션 대표와 유진걸(柳進杰)씨 등을 충분히 조사한 뒤 당시 수사 책임자를 비공개 소환하겠다고 밝힌 것도 검찰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더 큰 고민은 홍업씨의 비자금 수사다. 검찰은 90일 이상 홍업씨와 측근들의 계좌를 추적했으나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업씨가 기업 등에서 세탁된 자금이나 도장과 통장을 그대로 전달받아 사용했기 때문에 계좌 추적만으로는 홍업씨가 주변의 돈을 직접 관리했는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따라서 홍업씨가 기업 등에서 받은 대가성 자금 22억8000만원 외에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 등을 통해 세탁한 28억원을 조성한 경위와 홍업씨 본인 명의의 통장에 입금된 11억원에 대한 수사는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

비자금 수사는 홍업씨 측근들의 진술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이거성 유진걸씨 등은 자금 출처에 대해 계속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비자금 사용처를 조사해 홍업씨가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은 자금의 흐름을 밝혀낸 뒤 홍업씨와 측근들을 집중 추궁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홍업씨가 스스로 밝힌 97년 대선자금 등 정치자금과 활동비 명목의 돈이 얼마나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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