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제 부작용 많다"…서울대등 26개大 총장 집단 문제제기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41분


전국 국공립대 총장들이 교육인적자원부가 학부제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바람에 전혀 연관성이 없는 학과들을 하나의 학부로 운영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립대에 비해 교육부 정책을 가장 잘 반영하는 국립대 총장들이 교육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주요 정책에 집단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총장들의 비판은 학부제가 시행된 이후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사이의 불균형 심화로 교수들의 입지가 위축되고 학생들이 소속감을 잃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학문 선택의 기회를 넓혀 준다는 취지로 95년 신입생을 복수의 학과 또는 학부로 모집하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 대부분의 대학이 학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최근 안동대에서 모임을 갖고 현행 학부제의 부작용에 대한 건의문을 마련해 20일 교육부에 제출했다.

건의문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부산대 경북대 충남대 전북대 서울시립대 인천대 안동대 강원대 경상대 한국교원대 등 26개 대학 총장들이 연대 서명했다.

총장협의회는 건의문에서 “현행 학부제는 도입 단계에서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표방하면서도 행정 및 재정 지원과 연계해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등 그 절차가 비민주적이었다”며 “이 때문에 유사하지 않은 학과끼리 외형만의 통합이 추진돼 비효율적인 학부가 많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유사 전공을 통합하는 학부제는 확대돼야 하지만 학부제 선택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유사성이 없는 학부제는 학과군이나 학과로 재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모든 정책의 도입여부를 대학평가와 연계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총장들은 “모집 단위의 광역화로 전공을 배정할 때 인기 분야에만 학생이 몰리는 전공 편중 현상이 심해 기초학문 등 비인기 분야의 위축을 초래했다”며 “이 같은 전공 쏠림 현상으로 오히려 학생의 전공 선택권이 줄어들었고, 인기 분야의 경우에도 학생 수가 증가하는 데 반해 시설과 교수 등이 부족해 교육의 질이 부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총장들은 “학부가 아닌 모집단위는 학생 모집을 학과별로 하고,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는 경우에는 일정 비율을 학과별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제시했다.

안동대 권영건(權寧建) 총장은 “학부제가 취지는 좋지만 획일적으로 시행돼 교수 학생 모두 불만을 갖고 있다”며 “학부제 시행이 자율이라고 하지만 교육부가 이를 행정 및 재정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강제 사항으로 받아들이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학부제 시행여부는 전적으로 대학 자율사항”이라며 “그러나 학부제가 ‘두뇌한국(BK)21 사업’ 등 여러 사업과 연계돼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판단해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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