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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9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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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전철을 타고 갈 계획을 세우더니 목적지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 구월동 버스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늘 부모와 함께 다니다가 친구들하고만 서울을 갔다오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내심 걱정이 앞섰다. 물론 같이 가는 친구들의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비상시 연락할 수 있는 휴대전화와 공중전화 카드를 주면서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몇 번씩 다짐했다.
그 날 저녁 신나게 하루를 보내고 온 아이들의 무용담을 들으면서 자신감에 넘치는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입장하자마자 안내지도를 각자 챙기고 돌아다닐 순서를 정해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짰으며 대기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예약을 이용했다고 한다. 부모들과 함께 갔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었다.
한 친구의 엄마는 “아이들끼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대견했다. 여자아이라 그동안 기회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면서 “이제는 아이들이 홀로 서기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4학년 때부터 아들이 혼자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는 한 엄마는 “어려서부터 아이와 함께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한 탓에 아이 혼자서도 어디든지 다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지금은 서울뿐만 아니라 조금 먼 지방도 혼자서 자신 있게 다닌다”고 말했다.
반면에 “중학교 3학년 딸이 있는데 아직 부평지하상가도 친구들과 가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엄마도 있다.
아이들을 큰 두려움 없이 혼자 내보낼 수 있는 부모들의 공통점은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 많이 다니면서 전철을 타는 방법이나 안내 표지판을 읽는 법 등을 익혀 주어서 아이들이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느 시기가 되면 부모의 품을 벗어나고자 하기 마련이다.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고, 그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을 쓴 스티브 비덜프 박사는 이 책에서 “아이들의 성장 단계를 잘 파악하여 아이들에게 기대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결국은 아이들의 홀로 서기를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홀로 서기를 체험한 딸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자신감에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주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옥(41·인천연수신문 명예기자·koje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