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의혹' 풀 열쇠는 e메일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43분


검찰이 조사 중인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e메일 계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최씨의 측근에 따르면 최씨가 메일을 주고받은 상대는 주로 미국인 지인(知人)들과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국 인사들이다. 최씨는 미래도시환경 사무실에 명문대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영문 메일을 보내고 받는 업무만 전담하도록 했다.

메일 내용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최씨는 차기전투기(FX)사업과 관련해 많은 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스티븐 솔라즈 전 미국 하원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에게도 이와 관련된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솔라즈 전 위원장은 최근 최씨에게서 한국 정부가 미 보잉사의 F15K 전투기를 구입하도록 설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검찰의 메일 내용 수사 결과가 나오면 최씨가 FX사업에 얼마나 깊이 개입했는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측근은 또 최씨가 1월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방미 일정과 관련한 메일도 많이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최씨는 당시 솔라즈 전 위원장 등을 통해 이 전 총재와 미 행정부 인사들의 만남을 주선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의 동서 황인돈씨는 최근 “올 2월 최씨에게서 ‘이 전 총재의 아들 정연(正淵)씨와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이며 곧 한나라당 국제특보로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로 최씨가 정연씨와 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확인되면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이 전 총재 측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다는 증거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최씨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을 통해 이 전 총재에게 2억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또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을 추진하던 한나라당 H의원을 돕기 위해 미국 인사들과 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가깝게 지낸 모 주간지 부장 J씨는 “최씨가 용산기지 이전을 위해 외자 유치를 추진하다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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