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은 '홍걸씨 역할' 사례금?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1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을 직접 만난 사실이 밝혀지면서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 건넨 25억여원의 성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돈은 지난해 4월 송씨가 TPI 주식 20만주를 포스코 계열사 등 6곳에 주당 3만5000원에 매각하고 받은 70억원의 일부.

이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두 가지. 2000년 7월 유 회장이 홍걸씨와 최씨 등을 만났다는 것과 최씨가 주식 매각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것. 포스코 측은 유 회장과의 만남을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주선했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부인했다.

따라서 홍걸씨가 유 회장 등과 만난 것이 최씨를 매개로 한 주식 매매로 이어지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즉 2000년 7월 홍걸씨와 유 회장이 처음 만난 뒤 홍걸씨가 포스코건설 부사장 조용경(趙庸耿)씨, 포스텍기술투자 사장 겸 포스코 상무 이전영씨 등과 만난 것이 지난해 4월 포스코의 TPI 주식 매입에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20만주나 되는 TPI 주식을 거의 동일한 시기에 포스코 계열사와 협력업체에서 매입한 것은 어떤 배려나 배경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주식매매가 범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 회장 등의 지시로 계열사들이 TPI 주식을 비싸게 매입했다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지만 당시 공모가나 TPI 주가에 대한 예상치 등을 종합해 볼 때 “비싸게 샀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송씨가 25억원을 전부 주식매각 대금의 사례로 줬다고 보기는 힘들다. 25억원이라는 거액은 70억원의 주식 매각에 대한 알선 사례금으로 보기에는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씨가 홍걸씨를 배경으로 복표사업자 선정 로비를 벌인 대가로 TPI 주식을 평소 친분을 유지해온 포스코 측에 떠넘긴 뒤 그 매각 대금 일부를 최씨에게 줬을 가능성도 있다. 송씨도 검찰에서 “복표사업자 선정 등의 청탁과 함께 최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송씨는 최씨가 홍걸씨를 동원해 주식매각을 알선해준 데 대한 사례의 뜻과 함께 체육복표사업자 선정에 대한 답례로 25억원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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