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검찰 정면대결

  • 입력 2002년 5월 1일 18시 29분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씨의 돈을 받은 혐의를 놓고 검찰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은 1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인생과 가족의 명예를 걸고 국민에게 약속하지만 진씨의 돈을 받지 않았다”며 “진승현 일당이 저지른 허위 조작 날조”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달 29일 권 전 최고위원이 진씨의 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1일 권 전 최고위원이 출두한 뒤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진씨의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돈을 전달했고 진씨가 권 전 최고위원의 집 앞까지 김 전 차장과 동행했다는 김 전 차장의 진술도 공개했다.

또 ‘배달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민주당 당료 출신 최택곤(崔澤坤)씨가 진씨에게서 “권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하겠다”며 5000만원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권 전 최고위원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느냐 여부에 따라 검찰과 권 전 최고위원 중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 전 최고위원이 언급한 ‘허위 조작 날조’의 의미를 단순하게 해석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은 ‘허위 조작 날조’의 주체를 ‘진승현 일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사 시기와 검찰의 전격적인 혐의 공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이번 수사가 정권 ‘핵심’의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권 전 최고위원이 홍업(弘業) 홍걸(弘傑)씨 등 대통령의 아들들을 구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발언도 나오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권 전 최고위원이 김 전 차장을 만났을 때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고 보고받은 뒤 야단치며 쫓아냈는데 돈을 받았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진승현 리스트’가 있다면 찾아내 끝까지 수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수사하다 보니 권 전 최고위원의 혐의가 나온 것”이라며 “우리는 수사 속도나 내용을 조절할 입장도 못되고 또 나오는 것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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