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곳을 아시나요]대학로 ´인터내셔널 하우스´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30분


한국인과 체코, 터키인으로 구성된 '보헤미안 밴드' 멤버들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한국인과 체코, 터키인으로 구성된 '보헤미안 밴드' 멤버들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형제는 남자 형과 동생, 남매는 남자 오빠와 여자 동생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아셨죠? 그럼 자기 가족이 몇 형제, 몇 남매인지 말해 볼까요?”

“…나는…형이 있고요, 여동생도 있어요. 그러니까…3형제. 선생님, 맞나요?”

2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맞은 편 수산빌딩 3층에 마련된 70평 규모의 ‘인터내셔널 하우스’의 공부방 중 한 곳에서 두 명의 외국인이 진땀을 흘리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직장인-대학생 자원봉사로 외국인에 한글-문화 교육▼

인터내셔널 하우스(02-765-7940·www.ih.or.kr)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친목을 꾀하기 위해 이 업체의 사장인 문병환(文炳煥·40)씨 등에 의해 1997년 만들어졌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외국인은 50여개국 1000여명에 이른다. 현재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내국인 자원봉사자 30여명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박윤신(朴玧信·26·여)씨는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의 후원과 내국인 자원봉사자로부터 받는 입회비(5만원)와 월 회비(일반인 1만원, 대학생 5000원)로 운영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문 사장 등은 지난해 말 같은 건물 2층에 음식점 ‘월드 빌리지’를 열었다. 세계 각국의 전통악기와 만국기로 실내를 장식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음식점에서는 일본 멕시코 말레이시아 헝가리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10여개국의 음식과 맥주 등을 먹을 수 있다.

한편 이곳을 이용하는 외국인들도 “받기만 할 수는 없다”며 자발적으로 한국인 친구들을 돕고 있다. 외국인들은 내국인 자원봉사자와 월드 빌리지 손님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 목요일에 영어회화, 수요일에는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을 무료강습을 하고 있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이 매력적인 멕시코 국립 댄스학교 출신 로사 마리아 산체스(37·여)가 인터내셔널 하우스에서 매일(월∼토) 진행하는 라틴댄스 교실도 무료다.

▼작년말엔 음식점 오픈 10여개국 전통요리 선보여▼

또 체코 일간지 ‘프라보’의 한국 특파원 야쿱 스보보다(27)와 아주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터키인 잔(32) 등은 ‘보헤미안 밴드’를 결성해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월드 빌리지에서 라이브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단원들과 연습하기 위해 22일 자신의 여자 친구와 함께 월드 빌리지를 찾은 소보보다씨는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만남이라 더 신이 난다”고 말했다.

매주 화, 목요일 중급 영어회화를 강의하는 캐나다인 새라펠즈(25·여)는 “인터내셔널 하우스는 세계 각국의 멋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서울 속의 ‘작은 지구촌’”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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