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국회우회통과안 부결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24분


서울시가 당초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를 지나는 것으로 돼 있던 지하철 9호선 국회 통과 노선을 의원회관 바깥쪽으로 바꾸려는 계획이 시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돼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3일 오후 열린 상임위는 시가 제출한 ‘지하철 9호선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관한 의견청취’ 안건에 대해 “당초 안대로 결정할 것”을 수정 가결했다.

도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시가 노선을 변경키로 결정한 것은 국회측이 안전상의 문제와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을 들어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안전점검 결과 당초 노선대로 해도 노후된 국회 건물의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의 의견도 ‘당초 안이 낫다’는 것이었으며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위해서도 접근성과 편리성 등이 좋은 기존 노선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국회 요청에 따라 서울시립대가 안전 점검을 한 결과 당초 노선대로 건설해도 완공 뒤에 국회 건물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변경안은 대중교통 환승, 접근성, 보행자 동선, 역세권 등 모든 면에서 당초 안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교통학회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녹색교통 등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최근 시에 건의서를 내 “역세권, 접근 편리성, 운행 속도, 승차감 등에서 당초 안이 변경안보다 좋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도 최근 공개 석상에서 잇따라 “시장에 당선되면 지하철 9호선을 당초 노선대로 짓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호선 노선 변경안은 30일 시의회 본회의와 다음달 열릴 예정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도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서울지하철건설본부 백영현(白永鉉) 계획설계부장은 “이런 추세라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변경안이 통과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 구간에 대한 결정이 미뤄져 지하철 9호선 전체 공사 일정이 늦어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도시계획 문제에 관한 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국회는 이 결정에 대해 재심 요청을 할 수 있다.

시는 9호선 국회 통과 구간을 당초 국회 정문에 역을 만들고 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를 지나도록 설계했으나 국회측이 건물 안전과 지하주차장 신축계획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지난달 의원회관 바깥쪽과 KBS앞 20m 도로를 통과하는 노선으로 변경해 논란을 빚어왔다.

지하철 9호선은 김포공항에서 여의도와 반포를 거쳐 방이동까지 잇는 38㎞ 구간으로, 이 가운데 김포공항∼반포간 25.5㎞의 1단계 건설공사는 3일 착공돼 2007년 완공될 예정이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