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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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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돕는다는 뜻이지만 스스로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실제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가 백혈병 소아암 등에 걸린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지역의 부모 20여명이 봉사단체를 결성해 같은 질병에 걸린 다른 어린이 환자와 그 가족을 돕고 있어 화제다.
지난해 6월 결성된 봉사단체 ‘아름다운 터’ 회원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자녀 치료 과정에서 겪었던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똑같이 겪고 있는 다른 어린이 환자와 부모들을 돕기 위해 이 단체를 결성했다.
회장 신욱희씨(43)는 “회원들은 대부분 엄청난 병에 걸린 자녀가 낫도록 해주면 평생 남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뒤 자녀의 완치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로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는 신 회장은 혈액을 급하게 구하거나 환자 이송 등을 의뢰받으면 하던 일을 팽개치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간다.
또 주로 전화 상담을 담당하는 이숙자씨(41·여)도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보험 계약이 되면 수당의 절반을 보험가입자 명의의 후원금으로 내고 있다.
이씨는 “둘째딸이 3년 전 백혈병에 걸린 뒤 그 충격으로 나도 우울증까지 앓았고 다른 가족도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어린 자식의 극심한 고통과 막대한 비용 때문에 가정이 파괴될 정도에까지 이르러 사회적 도움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병원 측의 소개를 받아 다른 어린이 환자를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이어 △치료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혈액 부족에 대비해 헌혈 희망자를 미리 확보해 두고 △학교 휴학 및 복학 등에 대해 알려주고 지원하며 △저소득층에 후원금 수령 요령 등을 가르쳐 준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자를 위해서는 지역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바자를 열어 기금을 마련한다. 지난달에는 골수이식 수술비 등 7000만원을 구하기 위해 집을 팔고 단칸방으로 이사간 정모씨의 가족을 돕기 위해 바자를 열어 성금 500여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이 밖에 지난해 말에는 일부 회원들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병원과 환자의 집 등을 찾아가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보 및 자원봉사자 부족 등으로 인해 현재 300여명으로 추산되는 고양 및 파주지역의 소아암 및 백혈병 어린이환자 중 30여명 정도만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이들에게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이다.
신 회장은 “후원금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소아암 및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 환자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31-906-1003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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