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효림/못말리는 ´열성 학부모´

  • 입력 2002년 3월 15일 18시 46분


14일 오전 서울 강남 A초등학교 1학년 교실 복도.

‘재롱둥이’를 처음 학교에 보낸 학부모 몇 명이 자녀들이 걱정되는지 수업이 끝날 때까지 복도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종례시간이 되자 한 학부모가 교실 뒷문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학생들과 함께 담임교사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이 때문에 교사는 다소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신학기만 되면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들이다. 자녀에 대한 이 같은 학부모의 사랑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의 정도를 넘어선 행태가 교사에 대한 간섭은 물론 다른 학생들에 대한 견제로까지 이어져 학교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이 학교의 한 1학년 담임교사는 “수업이 끝나면 자녀의 가방을 받아주고 신발 신은 것을 확인하느라 다른 아이들이 밀려 넘어져도 아랑곳하지 않는 학부모들을 보면 화가 날 정도”라고 말했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 때문에 학생지도가 어려워진 경기 수원시 B초등학교의 1학년 교사들은 궁여지책으로 학생들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알림장에 ‘학교 현관 안으로는 들어오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해야 했다.

교사들은 “교실 청소를 하러 오거나 비품을 사오면서 자신이 누구 엄마라는 걸 몇 번이고 강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나무라는 일이라도 있으면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교사들은 이런 현상이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며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이상 교사를 믿고 맡겨 달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자녀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독립심을 약화시키고 사회성 발달을 저해한다”며 “특히 과도한 학교 방문은 다른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으므로 공개수업과 같은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녀들이 새 친구와 새 선생님을 만나는 3월의 교실. 학부모들의 사려 깊은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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