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사장 납치범 2명 검거도중 음독 자살

  • 입력 2002년 2월 28일 21시 12분


호텔 회장을 납치해 폭행하고 2억3000만원을 빼앗은 조직폭력배 2명이 경찰의 검거과정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졌다.

28일 오후 4시 40분경 광주 광산구 우산동 J아파트 앞에서 전북 전주 코아호텔 이창승(李彰承·55) 회장을 납치, 폭행한 조직폭력배 부두목 조모씨(47)와 강모씨(40)가 독극물이 든 캡슐을 먹고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조씨는 아파트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이 회장에게 1억3000만원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다 발신지 추적에 나선 경찰이 검거하려하자 50여m를 달아나다 호주머니에서 캡슐을 꺼내 먹은 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씨는 공중전화 부스 옆 승용차 안에 있다 조씨가 검거된 것을 보고 승용차를 몰고 2㎞를 달아나다 경찰이 차량 3대로 가로막자 운전석 문을 잠그고 독극물을 먹었다.

경찰은 이들의 호주머니와 차량에서 발견한 캡슐과 독극물 30g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성분조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납치사건에 가담했던 한모씨(42)가 2월 19일 검거돼 범행 일체가 드러난 데다 전과가 많아 검거되면 중형을 받을 것을 우려해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 등 4명은 1월 31일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병원 영안실에서 문상을 마치고 나오던 이 회장을 승용차로 납치해 전남 장성 등지로 끌고 다니며 협박해 두차례에 걸쳐 2억300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 등은 6월 전주시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이 회장이 납치사실을 발설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납치했으며 이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하루만인 2월 1일 오후 풀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전주에서 백화점과 호텔, 건설업체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로 95년 6월 민선 전주시장에 당선됐다가 입찰비리 혐의로 구속돼 96년 5월 도중 하차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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