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씨 美법정서 한국정부 송환방침 강력반발

  • 입력 2002년 2월 20일 10시 45분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의 주역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19일 미국 법정에 출두해 한국 정부의 송환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씨의 한국송환을 둘러싸고 미국 법정에서 지루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미시간주 서부 연방지법의 조지프 스코우빌 판사는 이날 오후 3시(한국 시간 20일 새벽 5시)에 열린 이씨에 대한 범죄인인도재판의 인정 심리(Initial Appreance)에서 이씨에게 본인 여부 등을 간단히 확인하고 일주일 후인 26일 오후 2시(한국 시간 27일 새벽 4시) 첫 예비 심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의 인정 심리는 범죄인 인도재판 본안 심리의 첫 단계.

이날 한국계 변호인 2명을 추가로 선임해 모두 4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한 이씨는 뇌물수수 등 한국 정부가 제시한 혐의사항을 스코우빌 판사가 낭독하자 변호인단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젓는 등 완강히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코우빌 판사는 30분 동안의 심리를 통해 이씨를 범죄인으로 한국에 인도하기 위해서는 △이씨가 수뢰혐의로 한국의 수배를 받는 인물과 동일인물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그 범죄가 실제로 저질러졌다는 것과 이씨가 그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믿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범죄인 인도협정의 조항들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가 끝난 뒤 이씨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다지 변호사는 이씨가 송환절차에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라면서 특히 스코우빌 판사가 말한 세가지 범죄인 인도요건 가운데 두가지에 대해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지 변호사는 "이번 재판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다음 심리에서는 앞으로의 재판 일정 등 중요한 사안들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변호인단이 범죄인 인도심리에 계류중인 이씨의 석방을 위해 매우 강력한 변호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석방요청은 일정조정 회의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지 변호사는 이날 개정에 앞서 보석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실제 심리에서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이유로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심리가 끝난 뒤 "증언과 증인 확보, 자료 보강 등 판사의 판단에 유리한 정황을 조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스코우빌 판사에게 범죄인 인도심리 재판 본안심리의 일정에 관한 회의를 요청했으며 스코우빌 판사가 26일로 잠정 결정한 이 회의에는 브라이언 레넌 검사보도 참석하기로 동의했다.

약간 긴장되기는 했으나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선 이씨는 방청석의 친지와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보내고 판사의 발언 도중 방청석을 돌아보며 굳게 맞잡은 두 손을 치켜드는 등 여유를 보이려고 애썼다.

이씨의 형 이명희씨(61·의사·뉴욕 거주)는 "동생은 죄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며 "동생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변호인단에 새로 합류한 현태훈(미국명 제임스 현) 변호사는 이날 이씨에 대한 인정 심리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이씨가 불법 체류자라는 언론 보도는 '완전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씨측의 주장대로 이씨가 합법 체류자라면 이민국이 비자 상태를 별도로 점검하지 않는 한 미국 정부에 의한 조기추방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현 변호사는 "서류를 보니까 처음부터 (방문교수 등에게 발급되는) 3년짜리 JI 비자를 갖고 있고 3년 후 갱신됐으며 한국 여권도 2005년까지 살아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면서 "합법적인 신분으로 센트럴 미시간대학에서 연구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권희기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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