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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30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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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검찰의 뒤늦은 출국금지 조치를 틈타 해외로 달아난 사실이 한 달이 넘게 지나서야 밝혀졌다. 또 ‘경부고속철 차량 선정 로비 의혹’과 관련,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호기춘(扈基瑃·52)씨가 추징금 40억여원을 내지 않아 3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는데도 7일 프랑스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호씨는 10월 새 국적을 취득하면서 발급받은 프랑스 여권을 출국 당시 공항 출국심사대에 제시했으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법무부는 호씨가 다행히 14일 개인적인 용무를 마친 뒤 자진 귀국하자 급히 프랑스 여권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호씨가 국적 변경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알지 못했고 이 때문에 프랑스 여권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본인의 자진신고가 없으면 속수무책이라는 것.
법무부와 검찰은 김씨의 출국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 내용을 입력하는 데 1∼2일이 걸리는 출입국관리소의 입력 작업 시스템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은 결국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검찰의 관리상의 허점, 출입국관리소와 법무부의 업무협조 부족 등이 원인인 만큼 남의 탓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은 출국금지 조치 후 한 달이 지나도록 김씨의 출입국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 미국에 있는 김씨를 상대로 현상금 1000만원에 1계급 특진 등을 걸고 현상수배하는 해프닝까지 벌인 셈이 됐다.
출입국관리소 역시 문제가 된 출국금지 대상자의 출국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이를 검찰에 알리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허점들을 이용해 수많은 다른 피의자들이 출국금지 조치를 전후해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있어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