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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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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김씨는 8일 붕어빵 수익금 300만원으로 물품을 구입해 소년소녀가장 131명에게 한아름의 선물을 안겨줬다.
“지난해 이맘 때 120명이던 소년소녀가장들이 올해는 11명이나 늘어 선물보따리가 더 무거워졌지만 마음만은 뿌듯했습니다.”
김씨의 ‘붕어빵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소년소녀가장들 가운데 돌봐줄 친척이 없는 학생 7명을 골라 매년 두 차례 20만원씩을 장학금으로 주고 있다.
또 4년째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100만원씩을 기탁했고 1년에 한두 번은 노인정을 찾아 식사를 대접하는 일도 빼먹지 않는다.
김씨의 한 해 붕어빵 수입은 1000여만원 안팎으로 100원짜리 붕어빵 10만개를 팔아야 한다. 그가 불우이웃에 내놓은 돈은 연간 800여만원으로 수입의 80%를 불우한 이웃들에게 내놓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김씨 자신도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15년 전만 해도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중개인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김씨는 부도를 맞아 무일푼으로 여수에 정착해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붕어빵을 팔아 9평 남짓한 1000만원짜리 단칸 셋방을 마련했지만 연탄으로 겨울을 나야 한다. 8년 전 자궁암 수술을 받은 부인 박순희씨(54)는 수술 후유증 때문에 매일 약으로 살고 있다.
“객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몸이나 돌보면서 편히 살라고 성화지만 저를 기다리는 많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붕어빵 굽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김씨는 “애들이 ‘열심히 살겠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내올 때면 없던 힘도 절로 생긴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아이들 곁에서 작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붕어빵 기계에 손가락을 데어 면장갑을 벗으면 속살이 허옇게 드러나는 김씨. 그는 오늘도 차가운 바람 속에서 손을 호호 불며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줄 ‘행복’을 굽고 있다.
<여수〓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