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버스전용차로 있으나마나

  • 입력 2001년 12월 17일 22시 44분


“버스전용차로의 불법 주정차를 거의 단속하지 않고 있어요. 시행 초기에는 단속이 조금 이뤄지더니 1∼2년 전부터는 단속요원이 눈에 띄지 않다시피해요.”

버스운전 경력 10년차인 제물포여객 12번 시내버스 운전기사 김모씨(40)는 버스전용차로 ‘무용론’을 서슴없이 제기한다.

인천지역 9개 주요간선도로에는 총길이 44.9㎞의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돼 있으나 도로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너무 많아 원활한 차량 소통이란 설치 당초 목적이 온 데 간 데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불법주차도 심한데다 승용차 운전자들이 무인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지역만 살짝 비켜가면서 전용차로를 버젓이 이용하고 있다”며 “단속요원도 ‘딱지’ 떼기 편한데서만 활동하고 전용차로 단속은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용차로 운영 실태〓인천지역에는 전용버스차로제가 98년 본격 시행됐다. 전용차로 구역은 편도 3차로 이상인 도로 중 시간당 버스통행대수가 100대 이상, 버스승객이 시간당 3000명 이상인 곳을 우선 지정했다.

경인로 남동로 구월로 부평로 등 9개 구간이며 이들 도로에는 무인감시카메라 12대가 평균 4㎞ 간격으로 설치돼 가동중이다. 서울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이동식 비디오촬영 단속장비는 각 구별로 1, 2대를 갖고 있는데 불과한 실정이다. 승용차 진입은 24시간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전 7∼9시, 오후 5∼8시에 한해 금지되는 ‘부분 시간제’로 운영되고 있다.

▽불법 주정차와의 전쟁〓인천시는 월드컵축구경기를 치르는 내년 6월까지를 ‘불법주정차와의 전쟁’ 기간으로 선포한 상태다. 지난달 1일부터 불법주정차 상습지역 특별관리, 매월 1회 집중단속, 버스전용차로와 소방도로 등의 테마별 집중단속 등 다양한 형태로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모자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100m당 불법 주차대수는 99년 4.25대, 2000년 4.48대에서 올해 5.48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 산하 10개 구군에 배치된 주정차 단속 직원이 54명으로 1인당 단속거리가 적정치인 2㎞를 넘어선 5.2∼57.3㎞로 조사됐다”며 “서울시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단속 인력과 장비의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버스 이외 차량의 전용차선 끼어들기나 불법 주정차가 어느정도 사라질 때까지 전용차로 운영시간만큼이라도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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