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보호운동 앞장 노영대씨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8분


“이제 나이 50세인데 별명은 ‘독수리 할아버지’예요, 허허허!”

겨울철새인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가 주로 서식하는 경기 파주시에서 독수리 보호에 앞장서온 노영대씨(경기 파주시 문산읍)는 나이에 맞지 않은 별명이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노씨는 국제조류보호회의가 지정한 희귀 조류인 독수리가 파주시 임진강변을 찾아와 겨울을 나는 과정에서 먹이 부족과 독극물 중독으로 죽는 사례가 잇따르자 97년 독수리 보호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보호 운동을 시작하려 했으나 서식지와 이동경로, 번식과정 등 기본적인 생태 정보조차 없어 직접 ‘한국자연정보연구원’을 세워 먼저 독수리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99년 1월 임진강변에서 독수리 두 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뒤 6개월에 걸쳐 이동경로를 추적해 독수리들이 몽골 중부지방에서 한국까지 무려 3700㎞를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그는 몽골까지 직접 찾아가 한국으로 날아오는 독수리는 생후 1년 정도 된 어린것들이며 알을 낳아 품는 기간이 보통 조류보다 훨씬 긴 52∼55일가량 된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 임진강변을 비롯해 국내 중부지방을 찾는 독수리들을 찾아다니며 좋은 서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왔다.

그는 올해도 파주에서 독수리들이 독극물 중독으로 떼죽음을 당하자 민간인 통제구역인 파주시 장단반도 일대에 서식지를 조성할 것을 시민단체 등에 제의했고 파주시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여 장단반도에서 4일 먹이주기 행사도 열렸다.

파주시는 이 곳이 독수리 서식지로 정착될 수 있도록 계속 먹이주기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날개길이 2.5∼3m, 무게 8∼10㎏인 독수리는 매년 11월경 파주와 철원 등 중부지방을 찾아와 겨울을 난 뒤 3월경 몽골로 돌아가는데 직접 사냥하지 않고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기 때문에 ‘자연의 청소부’로 불리기도 한다.

노씨는 “밀렵꾼들이 놓아둔 독극물을 먹고 죽은 다른 조류의 고기를 먹다가 독수리가 숨지는 경우가 많다”며 “갈수록 줄어드는 독수리가 마음놓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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