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겨냥 내년 종묘제례 한달 늦추기로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내년 월드컵대회 기간중 한국의 종묘제례가 전세계적으로 소개되는 최대의 문화상품이 될 전망이다. 그 대신 조선왕조의 역대 제왕과 왕후들에게 제사지내는 이 행사가 예년의 경우보다 한달이나 늦게 개최되게 됐다.

서울시와 종묘제례보존회는 매년 5월 첫째 일요일에 거행됐던 종묘제례를 2002년 월드컵 대회 때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을 위해 6월 첫째 일요일로 연기한다고 20일 밝혔다.

보존회 이강덕(李康德) 전수조교는 “서울시의 연기요청에 대해 전주이씨 종친들이 ‘어떻게 조상의 제사일을 연기할 수가 있느냐’며 반발하는 바람에 10여차례 회의를 가졌다”며 “종묘제례가 전주 이씨들만이 아닌 국가의 유산임을 설득한 끝에 연기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설명했다.

종묘제례는 조선시대 역대 왕 35명과 왕비 49명의 신위를 모신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종묘에서 치르는 유교식 제사의식. 조선시대의 기악 연주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종묘제례와 제례악이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와 1호로 각각 지정돼있다.

95년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올 5월에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 세계적으로도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재다.

종묘제례는 매년 4, 5차례 거행됐으나 72년부터 매년 5월 첫째 일요일에 한번 올리는 것으로 간소화됐다.

서울시와 보존회는 종묘제례를 연기하는 대신 예산을 7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증액, 제례규모를 확대하고 제상을 풍성하게 차리기로 했다. 어가행렬 참가 인원은 500명에서 1200명으로 늘리고 어가행렬 참가자들의 복식도 전문가의 철저한 고증을 받아 새로 제작할 계획.

또 제례의 장엄함을 더하기 위해 지금까지 오전에 올려왔던 제례를 저녁 시간으로 옮기고 많은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행사장에 멀티비전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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