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부 금품수수의혹 파문

  • 입력 2001년 11월 14일 06시 26분


김은성(金銀星) 국가정보원 2차장이 이른바 ‘정현준(鄭炫埈) 게이트’의 사건 관계자에게서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정원 관계자들이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와 ‘정현준 게이트’,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등 ‘3대 부실 벤처기업 스캔들’에 모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이는 99년 이후 경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몰고 온 벤처기업 거품의 이면에 권력기관 관계자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더 강하게 해주는 것이다.

▽김 차장 금품수수 진술의 신빙성과 검찰 수사〓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정현준 게이트’로 구속된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李京子)씨가 김 차장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고 검찰이 이를 진술조서로 남겼다는 사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제3자를 통해 금품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목격자는 이씨가 돈을 줬다는 장소에 함께 데리고 간 동방금고 직원. 그러나 이 직원은 지난해 12월 정씨 사건이 터진 직후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이씨의 말밖에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목격자인 회사 직원이 잠적해 수사를 더 이상 진척시킬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뚜렷한 물증이나 증인 및 정황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당사자를 함부로 소환했다가 부인하면 더 이상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이씨의 진술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나 김 차장 말대로 이씨 진술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차장쯤 되는 고위 간부가 공개된 장소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처음 보는 여자 사업가에게서 돈다발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의 진술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이씨가 돈을 주지도 않았는데 줬다고 거짓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 정씨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한 검사는 “뇌물사건에서 돈을 줬는데도 안 줬다고 부인하는 경우는 있지만 주지 않았는데도 줬다고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이씨의 진술은 김형윤(金亨允·수감 중) 전 국정원 경제단장 사건과 ‘닮은 꼴’이다. 이씨는 김 전단장에게 준 5500만원 가운데 500만원을 지난해 9월9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2층 커피숍에서 줬다고 진술했다. 김 차장의 경우와 ‘시기’ ‘장소’가 거의 일치한다. 김 전단장에 대한 이씨의 진술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3대 게이트 모두 국정원 관계자들의 작품?〓김 차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정원은 관계자들이 ‘진승현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 ‘3대 게이트’에 모두 관여한 셈이 된다. 진승현 게이트에서는 김 차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진씨 사건 수사 경과를 직접 문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국정원 출신으로 김 차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재환씨가 진씨 계열사인 MCI코리아 회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이용호 게이트에서는 국정원이 추적했던 전남 죽도의 ‘보물선’ 관련 정보를 이용호씨가 입수해 탐사작업에 나서고 이를 주가조작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정원과 이씨의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 김형윤 전 단장은 이씨와 고교 선후배로 친밀한 사이였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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