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검찰발표 인용보도땐 언론사 책임없다“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19분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더라도 보도 내용이 공익에 관한 것이고 신뢰도가 높은 검찰의 공식 발표를 근거로 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없으므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안영률·安永律 부장판사)는 7일 통조림에 유해물질인 포르말린을 첨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서기복씨와 통조림 제조회사들이 ‘잘못된 수사와 언론 보도로 회사가 부도나는 등 피해를 봤다’며 낸 소송에서 “국가는 서씨 등에게 3억원을 지급하되 9개 신문사와 2개 방송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서씨 등이 포르말린을 첨가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데다 포르말린 검출량이 극히 소량인 점에 비춰 검찰(국가)이 수사 결과를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11개 언론사에 대해서는 “보도 내용이 국민 건강에 직결된 것으로 신속성을 요했고 사건 수사를 담당한 부장검사의 공식 발표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았으며 서씨 구속으로 당사자에 대한 직접 취재가 어려웠다”며 “보도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씨 등은 98년 7월 통조림에 포르말린을 넣어 방부처리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올 3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수사결과를 발표한 국가와 이를 보도한 8개 신문사를 상대로 37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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