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역술인 '변신'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3시 56분


대기업 최고 경영자(CEO)가 점쟁이가 되는 것도 팔자(八字) 소관일까.

6월부터 서울 서초구 반포4동에서 남각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각선인(南覺仙人) 김남용(金南容·57)씨. 그는 점쟁이치고는 흔치 않은 대기업 CEO 출신이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군 공병대에 근무하면서부터 건설업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각종 고속도로 설계에 직접 참여했던 도로설계 전문가.

그는 한국도로공사 과장과 대림엔지니어링 부장, 벽산엔지니어링 상무를 거쳐 91년부터 96년까지 기아그룹의 자회사인 기산엔지니어링의 최고 경영자를 지냈다. 4월 금호엔지니어링 부사장 겸 기술고문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그는 이후 철학원 원장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벽산엔지니어링에 근무할 때였어요. 사주를 볼 줄 아는 선배에게 장난삼아 사주를 봤는데 거의 정확하게 맞췄어요. 그 이후 사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지요"

그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사주 공부에 매달렸다. 우연한 기회에 중국 십간사주(十干四柱)의 명인인 명기당 선생을 만나 사사를 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사주라는 건 확률의 철학이자 관계(關係)학입니다. 그 사람의 타고난 성격에 맞는 일과 맞지 않는 일을 가려주고 인간관계를 수월하게 도와주는 일이지요. 뛰어난 직관력을 갖고 운명을 예견하는 점쟁이 와는 다릅니다"

그는 "임원을 채용할 때나 직원들의 업무를 배치할 때 사주를 봐서 적합한 일을 맡겼다"고 말했다. 기아그룹이 부도가 나기 1년 전에 자신의 운명을 미리 읽고 사표를 내고 나왔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재주도 살리고 퇴직 후 할 일을 찾아 철학원을 내게 됐다"며 "지금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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