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선생님 점수는 몇점?…'교사평가 사이트' 등장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9분


“난이도 2점, 유용성 1점, 명쾌성 1점, 인기도 2점. 선생님, 수업에 좀더 충실하세요.”

요즘 교사들의 등골이 오싹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교사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에 대해 정면 대응할 태세여서 이 사이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지난달 29일개설된 교사평가사이트(www.edurating.com). 19일 현재 이 사이트에는 고교생과 대학생 908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이들은 교사와 교수 476명의 소속 학교와 실명을 적어 공개적으로 성적표를 작성하고 있다.

교사성적표는 학교생활기록부와 비슷하게 교사 이름, 소속 학교, 성적(항목별 평점 평균, 총 평점 평균, 의견)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 내용을 ‘난이도’ ‘유용성’ ‘명쾌성’ ‘인기도’ 등 4개 항목에 걸쳐 5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부에 학생을 종합 평가하는 것처럼 종합 견해도 적는다.

서울 S여고의 경우 교사 46명에 대해 총 2625건의 평가가 등재돼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교과서만 읽는 수업이 너무 지루해요. 핵심만 알려주세요.”

“수업시간에 수면제를 뿌리시는 것 같아요.”

총 평점이 2.2점인 한 영어교사의 성적표에는 ‘회화 수업을 더 해달라’ ‘수업에 책임감을 가져라’는 등의 주문도 담겨 있다. ‘너무 싫다. 지옥에나 가라’는 등 감정을 섞어 교사를 노골적으로 헐뜯는 글도 있다.

그러나 평점 4.3점인 한 영어교사의 성적표에는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학교 밖에서 이름을 불러주셔서 너무 좋아요’라는 등 ‘칭송’이 많았다. ‘학생들을 차별대우한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간혹 눈에 띄었다.

교사들은 이 같은 세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명예훼손 소송을 낼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김모 교사(29)는 “학생들의 교사 평가는 성과 상여금 차등 지급 등으로 가뜩이나 울고 싶은 교사의 뺨을 때린 격”이라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전통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에 성적이 공개된 서울 S여고 이모 교사(43)는 “평가 주체와 척도가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며 “교사들과 협의해 학교 차원에서 법적 소송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A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사평가사이트는 교사의 수업 방식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욕설 비방 등은 관리자가 삭제하고 있어 명예훼손 등 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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