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사들의 등골이 오싹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교사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에 대해 정면 대응할 태세여서 이 사이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지난달 29일개설된 교사평가사이트(www.edurating.com). 19일 현재 이 사이트에는 고교생과 대학생 908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이들은 교사와 교수 476명의 소속 학교와 실명을 적어 공개적으로 성적표를 작성하고 있다.
교사성적표는 학교생활기록부와 비슷하게 교사 이름, 소속 학교, 성적(항목별 평점 평균, 총 평점 평균, 의견)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 내용을 ‘난이도’ ‘유용성’ ‘명쾌성’ ‘인기도’ 등 4개 항목에 걸쳐 5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부에 학생을 종합 평가하는 것처럼 종합 견해도 적는다.
서울 S여고의 경우 교사 46명에 대해 총 2625건의 평가가 등재돼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교과서만 읽는 수업이 너무 지루해요. 핵심만 알려주세요.”
“수업시간에 수면제를 뿌리시는 것 같아요.”
총 평점이 2.2점인 한 영어교사의 성적표에는 ‘회화 수업을 더 해달라’ ‘수업에 책임감을 가져라’는 등의 주문도 담겨 있다. ‘너무 싫다. 지옥에나 가라’는 등 감정을 섞어 교사를 노골적으로 헐뜯는 글도 있다.
그러나 평점 4.3점인 한 영어교사의 성적표에는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학교 밖에서 이름을 불러주셔서 너무 좋아요’라는 등 ‘칭송’이 많았다. ‘학생들을 차별대우한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간혹 눈에 띄었다.
교사들은 이 같은 세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명예훼손 소송을 낼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김모 교사(29)는 “학생들의 교사 평가는 성과 상여금 차등 지급 등으로 가뜩이나 울고 싶은 교사의 뺨을 때린 격”이라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전통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에 성적이 공개된 서울 S여고 이모 교사(43)는 “평가 주체와 척도가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며 “교사들과 협의해 학교 차원에서 법적 소송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A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사평가사이트는 교사의 수업 방식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욕설 비방 등은 관리자가 삭제하고 있어 명예훼손 등 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