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1일부터 총점검

  • 입력 2001년 5월 31일 19시 06분


지난달 28일 발생한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사고는 ‘이산화탄소 질식’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안전사고였다. 행정자치부는 이 사고와 관련해 1일부터 5일간 관람장, 박물관, 전시실 등 이산화탄소 소화 설비를 비치해 놓은 전국 다중이용시설의 안전도를 일제점검하기로 했다. 점검결과 가스방출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가 높은 시설에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대형빌딩 전산실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는 화재진압시 내부 물건을 손상시킬 수 있는 물 대신에 3∼7배 가량 비싼 가스계(이산화탄소 할로겐 청정소화약제) 소화설비를 설치해 놓는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31일 현재 서울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갖춘 곳은 424곳, 할로겐 1154곳, 청정소화약제는 95곳. 정부는 95년부터 이산화탄소와 할로겐이 인체와 주변 환경에 해를 끼친다며 해가 덜한 청정소화약제 설비를 권장하고 있다.

할로겐이 오존층을 파괴시키는 환경피해가 있다면 이산화탄소는 인체에 해를 끼친다. 가스탐지기 제조업체인 인피트론의 홍순호(洪淳昊·39·공학박사) 상무는 “이산화탄소는 탄산음료 원료일 정도로 그 자체는 독성이 없지만 이번 경우처럼 순간적으로 대량흡입할 경우 산소를 싣지 않은 혈액이 뇌에 운반돼 뇌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손상된 뇌세포는 재생이 어려워 언어 운동 기억 장애, 성격 이상, 마비 환각 등 다양한 종류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번 사고는 2층 전시실 입구 1.2m 높이에 설치된 소화용 화재 경보기의 플라스틱 덮개(두께 2㎜)를 어린이들이 장난으로 깨고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천장의 스프링클러 7개에서 이산화탄소 1156ℓ가 일시에 방출되면서 일어났다는 게 경찰수사 결과다. 홍 상무는 “그 정도의 양이면 전시실내의 모든 관람객이 치명적인 피해를 볼 농도는 아니지만 스프링클러 아래에서 순간적으로 다량을 흡입했다면 1, 2초 안에 쓰러진다”며 “특히 이산화탄소는 밑에 깔리기 때문에 어린이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질식해 병원 치료를 받은 관람객은 어린이 35명, 어른 30명 등 총 65명. 이중 57명이 귀가했고, 8명이 계속 입원 치료중이다. 제일 정도가 심한 반모양(5·여·서울 동작구 사당동)은 의식 불명상태로 흡인성 폐렴에 뇌부종까지 겹쳐 있다.

강북삼성병원 소아과 심정연(沈庭娟) 박사는 “신체기관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퇴원한 환자들도 뇌 부분에 있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산소결핍상태가 10분 이상 계속되거나 공기중에 이산화탄소가 60∼70% 정도 차지하는 경우였다면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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