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범칙금 못낸다" 반발…경찰 뒤늦게 좌회전 허용

  • 입력 2001년 5월 23일 21시 53분


“경찰이 문제를 인정하고 도로구조는 바꾸면서 범칙금 부과를 강행한다면 앞뒤가 안맞는 행정아닙니까.”

경남 마산시 해운동 한일비치맨션 198가구 주민들이 일관성 없는 경찰행정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문제는 아파트 입구의 왕복 4차로. 해안로에서 가포쪽으로 가다 좌회전, 아파트로 쉽게 진입하려면 중앙선을 넘어야 한다.

교통법규 위반사범을 적발해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올 3월부터 시행된 이후 이 아파트 주민들은 ‘전문 신고꾼’의 ‘표적’이 됐다. J씨(34)가 지난달 30일부터 10일동안 무려 1263대의 위반차량을 망원렌즈로 찍어 최근 마산 중부경찰서에 제출한 것. 11차례나 찍힌 택시 운전사도 있었다. 범칙금도 걱정이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면허가 취소될 지경에 놓였다.

발끈한 주민들은 16일 경찰서로 찾아가 항의했다. 아파트 입구의 중앙선을 끊어 좌회전을 허용해주고 범칙금을 부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정재순(鄭在順)소장은 “99년 11월과 지난해 7월 도로구조를 개선해 달라는 공문을 경찰에 보냈으나 조치를 하지않아 생긴 일”이라며 “범칙금 부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범칙금 부과를 강행할 경우 법적인 대응도 검토키로 했다.

경찰은 23일 이곳의 중앙선을 끊어 좌회전을 허용하고 과속방지시설을 설치 했다. 다만 범칙금 문제는 독자적인 결정이 어려워 경찰청에 질의를 해둔 상태다.

J씨가 위반행위를 특정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촬영했고 하루 5∼6차례 걸린 사람도 있는 등 규정대로 범칙금을 부과하기에는 주민들이 받는 ‘타격’이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경남도내에서는 신고포상금제 시행이후 마산동부경찰서 4203건, 마산중부 1553건, 창원중부 1546건 등 모두 1만366건이 신고됐으나 도로구조의 문제점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있다.

<마산〓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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