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의 폭설]운동장 졸업식도 못하고…재산피해 40억

  • 입력 2001년 2월 16일 18시 37분


중부지방을 기습한 15일의 폭설로 일부 도로가 마비돼 수도권 주민들이 지하철 등으로 몰리면서 ‘출퇴근 대란’이 16일까지 이어졌다.

주요 도로는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17일 오후에야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7일 오후부터 추위가 풀리겠다고 전망했다. 17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4도 등 1∼10도의 분포로 전날보다 4도 가량 오르겠다. 18일에도 서울이 아침 최저 영하1도, 낮 최고 6도가 예상되는 등 포근한 날씨를 보이겠다.

▽출근전쟁〓16일 수도권 주민 대부분이 차를 놓아둔 채 지하철로 몰려 각 전철역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인천에서 서울 영등포 방면으로 출근하던 회사원 김모씨(48)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로 몰리는 바람에 전동차안은 ‘콩나물시루’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출근길(오전 7∼9시) 지하철 1∼4호선 이용객은 14일(77만9000여명)에 비해 24.2% 증가한 96만7000여명이었다. 폭설이 내린 15일에도 평소보다 약 190만명이 지하철을 더 이용한 것으로 서울시측은 분석했다.

한편 15일 오후 6시부터 막차 운행 때까지 실시된 수도권 전철 무료운행으로 서울 지하철공사(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운송수입이 2억여원 정도 감소했다.

▽폭설피해〓15일 오후 4시경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지지대사이의 투명섬유지붕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5m 가량 찢어지면서 지붕 위의 눈이 경기장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경기장측은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수한다면 6개월에서 1년간 휴관할 수도 있다”며 “23일 예정된 그룹 H.O.T.의 콘서트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콘서트는 다른 곳으로 옮겨 열릴 가능성이 크지만 연기될 수도 있다.

또 고양시 등 경기북부지역에서만 비닐하우스 249채가 무너져 90여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번 폭설로 비닐하우스 294㏊와 축사 20개소, 인삼재배시설 4㏊ 등이 파손되고 가축 6000여마리가 죽었으며 경기지역 3개 공장의 창고지붕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집계된 피해액은 41억여원이라고 밝혔다.

▽공항 마비〓대한항공의 경우 16일 오전 11시반까지 국내선 30편이 결항됐다. 아시아나 항공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15일 밤 기온이 떨어져 항공기의 눈을 녹이는 데 평소보다 최고 3배 가까이 많은 총 1246드럼이 소비됐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자사 항공기를 동원해 제빙액을 일본 나리타공항 등으로부터 긴급 공수했다.

▽초등학교 미니졸업식〓16일 일제히 졸업식이 거행된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경우 눈이 녹지 않아 운동장 졸업식은 대부분 취소됐다. 대다수 학교에서는 교무실 방송실 등에서 소수 ‘졸업생 대표’만 참석한 가운데 미니졸업식을 가졌다. 나머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실에서 교내방송을 통해 졸업식을 지켜보기도 했다.

서교초교와 행당초교는 인근 도서관, 구민회관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졸업식을 치르기도 했다.

폭설 탓에 상인들이 학교 앞에 많이 나타나지 않았고 꽃 공급도 줄어 아이들의 졸업 축하 꽃다발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정연욱·박윤철·최호원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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