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선발때 학과-자격증 중시…"대학교육 부실" 현장불만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36분


“명문대학이라는 ‘간판’보다는 실무 능력이 더 필요합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보다 경력자를 채용할 생각입니다.”(A기업 인사 담당자)

“입사하고 보니 4년간의 대학 교육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었어요.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교육만 받았으니까요.”(대졸 신입 사원)

기업 인사 담당자나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사원이나 모두 대학 교육을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경력사원을 원해 신규 졸업자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기업체 "대학서 뭘 가르치는지…"

서울의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K씨(28)는 올 한해 몇 개 기업에서 입사를 거절당했다. “겉으로는 점잖게 표현했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대학 이름’은 좋지만 전공이나 실력이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기업의 사원 채용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438개 기업체 인사 담당자와 해당 기업 대졸 신입 사원 4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기업의 대학 교육 만족도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사원 어떻게 뽑나〓조사 대상 기업의 98.2%가 서류 전형으로 사원을 선발하고 있으며 서류 전형시 ‘전공’(5점 만점 기준 4.27점)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자격증 소지(3.90점) △근로경험(3.73점) △자기소개서(3.71점) △학교성적(3.68점)의 순이었다. 출신 학교의 명성(3.04점)은 15가지 요인 가운데 8위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종업원 300명 이상인 대기업이 50개이고 나머지는 중소기업이었다.

필기시험에서 가장 중시하는 내용은 전공(4.1점) 외국어구사능력(3.5점) 상식(3.7) 인성적성검사(3.9점).

▽대학교육 불만족〓기업체의 40.7%는 ‘대학이 가르친 지식 기술 수준과 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차이가 많다’고 대답했다. 신입사원들도 같은 질문에 65.4%가 ‘차이가 많다’고 응답해 교육 수요자들이 대학 교육에 더 비판적이었다. 기업 인사담당자의 30.1%와 대졸 신입사원의 57.7%가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기업들은 현장실습교육, 실험실습교육, 창의력교육, 인성교육 등에 아주 낮은 점수를 줬고 정보화교육, 의사소통교육, 전공기초교육 등은 ‘보통’이라고 대답했다.

삼성전자 안승준이사는 “대졸자를 채용해 많은 돈을 들여 재교육을 시켜야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면서 “대학의 인력 양성 분야와 실제 기업의 요구에 차이가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채용 패턴 바뀐다〓기업들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하고 있다. 기업체의 56%가 ‘경력 사원을 채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대졸사원의 24.5%는 대학 전공이 현재의 직무와 관련 없다고 대답했다.

직능원 장원섭 책임연구원은 “경력 사원 채용이 늘어나면 결국 신규 대졸자의 취업난이 심화될 것”이라며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게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