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땅1평 사기운동' 첫 결실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50분


경기 용인 죽전택지 개발지구 내의 대지산을 살리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시민단체가 땅을 매입한 뒤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는 운동)이 첫 결실을 맺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용인택지개발반대 공동투쟁위원회, 용인 YMCA 등으로 구성된 용인보존공동대책위원회, 주민 등 100여명은 14일 오전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현대 산내들아파트 뒤 대지산에서 대지산 땅 100평 매입을 자축하는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용인 YMCA 길병수 실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9월부터 대지산 ‘땅 1평 사기 운동’을 전개해 1차 모금기간 동안 시민 229명이 참여해 거둔 1000여만원의 성금으로 10월 17일 대지산 100평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높이 130㎝, 폭 30㎝, 두께 30㎝ 규모의 화강석에 ‘대지산 땅 1평 사기 운동’ 참여자들의 이름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란 제목의 글을 새긴 기념비를 세웠다.

용인보존공대위 김응호 위원장은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위기에 처한 대지산 땅 1평 사기운동 참여자들의 뜻을 기리고 숲을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과 의지가 미래세대에게도 영구 보존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과천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어린이 9명이 기금증서를 수여받아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집 김미애 교사(48)는 “어린이들이 매일 과천 우면산을 오르면서 자연학습을 하고 있다”며 “지역은 다르지만 이 곳 어린이들의 쉼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연대 서왕진 사무처장은 “7월 건교부가 보존녹지로 지정한 곳에서 빠진 6000여평의 대지산도 보존녹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건교부에 추가 요청할 계획”이라며 “주민들과 지속적인 운동을 벌여 대지산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용인〓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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