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골프 부킹과 전쟁'…安청장 "청탁 불응" 지시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2분


국세청이 ‘골프 부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은 최근 비밀리에 감찰 기능을 동원, 일선 세무서장과 고위 간부들의 골프장 예약 청탁 건수와 실태를 파악한 뒤 “일선 세무서장은 물론 전 간부는 골프 부킹 청탁에 응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안청장은 1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최근 정치권 정부 부처 등으로부터 받고 있는 부킹 청탁 때문에 일선 세무서장들이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안청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국세청 전 직원은 골프장에 출입하지 말고 지방청장급 이상 간부중에서 불가피하게 골프를 해야 할 경우 차장이나 청장에게 사전에 승인을 받을 것”을 주문했다는 것. 골프장이 밀집한 경기도 일대의 세무서장의 경우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3, 4건 이상의 부킹 부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지역에서 세무서장을 지낸 국세청의 한 간부는 “모 기관에서 골프 부킹 실태를 조사했는데 국세청이 받는 청탁 건수가 으뜸으로 나왔다”며 “국세청을 통하면 100% 부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세무서장들은 안청장의 지침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10번 응하다가 한번 안해 주면 욕을 먹는 게 골프 부킹”이라며 “공개적으로 부킹 금지 지침이 내려졌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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