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5일근무시행되면]'삶의 質높이기' 전기 마련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50분


주 5일 근무제는 직장과 가정생활 등 국민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우선 개인의 여가시간이 늘어나 자기계발 노력이 가능해지고 초중고교에서는 주5일 수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여가생활에 필요한 수입이 적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족의 품으로〓민주노총과 한길리서치가 5월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주 5일제 근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휴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응답이 30.0%로 가장 많았다. 취미활동 및 여행이 28.6%, 공부 등 능력계발이 15.4%로 그 뒤를 이었다.

과도한 업무로 '잊혀진 아빠’가 되어 가는 30, 40대 직장인??이틀 휴무는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삼성생명 기획팀에서 근무하는 강성우(姜星宇·31)씨는 "맞벌이하느라 주말에만 아이를 볼 수 있었는데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조금이라도 부모 노릇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직장생활 성패에도 영향〓주말 이틀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직장에서의 성패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건설회사 과장으로 일하면서 주말은 사진작가나 학원강사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생활이 가능해 주말 여가가 직장생활에서 소진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계기가 된다.

반대로 취미생활이나 부업 등 자기계발에 소홀하고 TV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 데 그치면 오히려 직장에서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생긴다. 심한 경우 근무중인 주중 5일은 지옥, 주말 이틀은 천국으로 생각해 직장근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없애려면 개개인의 노력 못지 않게 정부 기업 사회단체가 체계적인 재교육 및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교실에서 현장으로〓주 5일 근무의 후속조치로 주 5일제 수업이 실시될 것도 거의 확실하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수업시간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의 부담을 한결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별자리여행 계곡생물탐사 박물관기행 등 1박2일 또는 당일코스의 현장학습을 부모와 함께 하는 게 가능하다. 반대로 주말 과외교육이 번창해 극성스러운 부모를 둔 학생의 경우 오히려 주말이 더 괴로워질 수도 있다.

▽문화관광사업 활기〓여가의 증대로 인해 즉각적인 호기를 맞은 곳은 바로 관광문화업계.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2박3일 코스 상품이 매주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눈요기식 관람’에 머물렀던 주말여행 상품 대신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 등산이나 해변체험 상품이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여행업협회 허태림(許泰林)부회장은 "건전한 휴가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기회가 늘어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며 "여행업계도 이에 맞춰 국민의 생산성이 높아지도록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문제는 효율성〓전문가들은 근로시간의 단축에 효율성 제고방안이 결합되지 않으면 제도의 원활한 정착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즉 국민경제의 발전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근로시간 단축이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라는 것.

한국노동연구원 김재훈(金哉勳)박사는 "여가증대로 근로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동시에 사업주도 불필요한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무관리가 후진적인 중소기업은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없으면 주 5일 근무의 장점을 누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근·김준석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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