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후보지 현장을 가다]김포 고양-파주 의정부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40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 가운데 김포, 파주―고양, 의정부 등 세 곳은 분위기나 여건이 판교와 화성 등 수도권 남부 지역과는 사뭇 다르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주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며 부동산 시장의 술렁임도 적다. 의정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어 “신도시로 개발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개발되더라도 그 시기가 멀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김포〓김포시 입구인 고촌면에 들어서면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방문객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델하우스에서 김포지역에 미분양 아파트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북변―사우지구를 지나,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로 떠오른 장기리 일대에 들어서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장기리 대림공인중개사무소 이근희(李根熙)씨는 “토지 거래가 뜸하고 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미분양 아파트도 소화되지 않고 있는데 신도시 개발이 당장 필요하겠느냐”며 신도시 개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기리 일대 땅 값은 거의 변화가 없다. 48번 국도변 준농림지나 대지는 평당 200만∼300만원선. 국도에서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도로를 끼고 있는 준농림지는 60만∼12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장기리 주민 중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신도시 개발로 토지가 수용될 경우 받을 보상비가 현 시세보다 낮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장기리에 700평의 땅을 갖고 있는 심대섭(沈大燮·46)씨는 “시세는 80만원을 호가하지만 보상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 지가는 4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양―파주〓주민들이나 부동산 업계가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 오전 파주시 교하면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문조차 잠겨 있었다. 인근 부동산업자는 “이미 개발계획이 잡혀 있는데다 신도시로 지정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 김영준씨(48)도 “파주시에서 추진하는 도시계획에 포함돼 있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번 발표를 듣긴 했지만 별다른 기대는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은 이미 개발계획이 예정돼 있기 때문. 파주시 교하면 일대 400만평은 올 3월 파주시가 도시기본계획을 세우면서 개발예정지로 포함돼 있는 상태. 현지 부동산 업자들은 도로변일 경우 준농림지가 평당 80만∼150만원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발표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교하면과 맞닿은 고양시 일산구 덕이동은 고양시가 개발예정지로 내부 방침을 정해둔 곳으로 이미 건설업체들이 이 일대 부지 상당수를 아파트용으로 매입해두었다고 중개업자들은 덧붙였다.

▽의정부〓이 곳에서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양주 덕정지구와 의정부 접경지역. 주공이 개발한 덕정지구의 경우 공급된 6000여 가구 중 200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의정부도 비슷한 상태. 이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신도시 개발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포·파주·의정부〓이은우·이동영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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