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조씨 '목소리사칭' 진위여부 관심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47분


“육상조(陸相朝)씨의 ‘정체’를 밝혀라.”

24일 한빛은행 직원에 대한 공갈 등 혐의로 구속된 아크월드 전 사업본부장 육씨가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외압의혹사건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육씨의 혐의는 99년2월 한빛은행 관악지점에서 직원 이모씨(42)를 협박해 1억4000여만원의 어음을 할인 받고 전 지점장 박모씨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 육씨를 구속한 주체는 한빛은행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조사부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도 육씨가 이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일 가능성에 대해 수사중이다.

육씨가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사칭해 이운영(李運永)씨에게 아크월드에 15억원을 지원하라는 ‘압력전화’를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건의 ‘대전제’인 박 전 장관의 전화 압력설은 이씨가 지어낸 ‘허구’이거나 착각에 의한 주장에 불과해 사건 전체가 해프닝이 될 수도 있다.

이 의혹의 첫 번째 근거는 아크월드 관계자들의 제보. 검찰은 최근 한 직원으로부터 “육본부장이 박 전 장관을 사칭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또 다른 직원 일부도 검찰에서 “육씨가 성대 모사에 능해 회사가 어려울 때 고위층을 사칭해 전화 거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두 번째 근거는 협박의 ‘내용’. 구속영장에 따르면 육씨는 직원 이씨에게 “전임자는 할인이 됐는데 네가 뭔데 할인을 해주지 않느냐. 그 자리가 온전할 것 같으냐, 네 모가지가 몇 개냐”고 위협했다.

이운영씨는 지금까지 “박 전 장관이 두 번째 전화를 걸어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아’ ‘이걸 못하면 당신 자리가 날아갈 것’이라며 협박했다”고 주장해 왔다. 육씨는 그러나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도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이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조사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육씨의 ‘자백’ 등 결정적 증거가 없이는 밝혀질 수 없는 사안인 데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 사항을 섣불리 언급했다가 자칫 ‘조작’이라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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