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의료대란과 다른점]교수-병의원까지 폐업 가담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40분


11일 시작된 ‘제2차 의료대란’은 6월20일부터 6일간 이어졌던 ‘1차 의료대란’과는 몇가지 점에서 서로 다르다.

우선 의료분업 시행 전이었던 6월 폐업 때는 약국에서 약을 사거나 짓는 것이 가능했다. 대형약국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5가 등지에서 미리 ‘약 사재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업 시행 후인 이번엔 처방전 없는 약 구입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병원 응급실까지 포화상태에 이르자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약국으로 몰려 조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약사들은 이를 들어줄 수가 없다.

또 동네 병의원의 폐업으로 시작됐던 1차 때와 달리 이번 사태는 전공의 전임의 대학병원 교수들의 외래진료 거부, 그리고 병의원의 폐업으로 이어졌다. 대형병원의 진료공백부터 사태가 확산돼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더 큰 고통을 겪는 실정이다.

게다가 1차 때와 달리 의료계에선 폐업 투쟁의 수위를 조절하고 정부와의 협상을 수행할 지도력이 붕괴돼 의료계의 요구가 각양각색으로 분출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보다 유연해졌지만 의료계의 요구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1, 2차 폐업투쟁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의료계의 요구가 끝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차이는 폐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다. 1차 때만 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애써 의사들을 이해하고자 했던 국민이 이제는 목숨을 담보로 한 ‘죽음의 게임’에 극도의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약사법 재개정을 위한 각서를 쓰라는 얘기다.

<정용관기자>yong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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